전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첫 경기인 일본전에서 오심 끝에 겨우 1승을 챙긴 '야구종가' 미국이 14일(이하 한국시간)한국과 경기에서는 초반부터 고의 4구 작전을 펼쳐 망신을 자초했다.
돈트렐 윌리스(플로리다)의 뒤를 이어 4회 바통을 이어 받은 미국의 두 번째 투수인 댄 휠러(휴스턴)는 2사 2루에서 1회 홈런을 때린 이승엽(요미우리)이 등장하자고의 4구로 걸렀다.
벅 마르티네스 감독은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더 이상 점수를 주면 힘들다는 판단에서 이승엽을 고의 4구로 내보냈지만 결국 후속 대타 최희섭(LA 다저스)에게 3점홈런을 얻어 맞아 작전은 실패로 귀결됐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전날 일본전에서도 3-3으로 팽팽히 맞선 9회 2사 3루에서 스즈키 이치로(시애틀)가 나오자 마무리투수 브래드 리지(휴스턴)에게 고의 4구 사인을 내기도 했다.
어찌보면 비신사적인 고의 4구 작전을 이틀 연속 사용할 만큼 미국은 이번 WBC에서 다급한 처지에 몰리고 있다.
미국은 예선에서 캐나다에 완패하는 바람에 '눈치작전'을 통해 본선 진출을 봐야하는 상황에 처했고 한 수 아래로 봤던 일본과 한국에 밀리면서 '체면'보다는 '실리'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치달았다.
일본전에서 우여곡절 끝에 9회말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의 끝내기 안타로 이기긴 했으나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미국이 펼친 경기 치고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14일 미국과 일본 언론에는 (일본이) '도둑맞았다', '강탈당했다'는 표현이 속출했고 결국 심판의 오심으로 이긴 기쁨은 야구 종주국 미국에 불과 하루만에 '대망신'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