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고령화와 이민정책

최원정 국제부 기자

[기자의 눈] 고령화와 이민정책 최원정 국제부 기자 최원정 기자 싱가포르에서는 요즘 외국인들이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더욱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이민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뜨겁다. 싱가포르는 예전에도 전문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는 영주권을 쉽게 내줬었다. 그러나 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자 이를 막기 위해 이민 문호를 더 넓히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도 수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스페인에 정착할 수 있도록 근로사실만 입증되면 거주허가증을 내주는 법안을 이달 중 상정할 계획이다. 스페인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불법 이민자들은 고령화하는 스페인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이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대책마련에 비상이다. 대통령 직속으로 ‘고령화 및 미래사회 위원회’가 설치됐고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출산장려에 중점을 둔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민간기업 일부에서도 최근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있지만 양육비ㆍ교육비 등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비용 때문에 출산을 꺼리는 경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이 울음소리는 줄고 노인만 늘어나는 고령화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 중인 나라들의 이민장려책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싱가포르와 스페인과 함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호주와 캐나다는 적극적인 이민자 수용정책으로 고령화의 부작용을 풀었다. 이민정책에 있어 폐쇄적인 독일과 일본조차도 최근에는 이민자 수용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고령화대책은 밖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을 성싶다. 산업현장에서는 이미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아직도 외국인에 대한 시각은 폐쇄적이다. ‘단일민족’에 집착해 외국인에게 폐쇄적인 우리의 이민정책도 재고돼야 하지 않을까. 고령화 선진국들의 개방된 이민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abc@sed.co.kr 입력시간 : 2004-10-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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