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환매 20조 대기…“주가 발목 잡을 수준 아니다”

코스피지수가 2년 3개월 만에 1,800선을 돌파하면서 펀드투자자들의 환매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지수 1,800 이상에서 들어온 펀드자금 가운데 약 20조원을 펀드환매 대기자금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700대 물량과 달리 지수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준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주식형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지난 8일 기준으로 총 10조2,897억원에 이른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가가 급락하자 펀드자금 유출이 본격화됐던 지난해 연간 유출 규모(7조7,280억원)보다 30%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펀드자금 유출은 코스피지수가 1,800대에 근접한 이달 들어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지수가 1,750선 안팎이던 지난 1일만 해도 국내주식형펀드에는 1,022억원이 유입 됐지만, 2일 순유출로 전환되더니 8일까지 액수가 늘면서 5거래일 만에 1조895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1,800 이상에서 대기 중인 펀드 환매자금 규모를 약 18조~20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자금이 한꺼번에 펀드를 떠나진 않겠지만,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돌파한 뒤에도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원금을 회복한 투자자들이 상당부분 이탈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다만 펀드환매로 인해 수급이 악화되면서 지수의 발목을 잡는 사태까지 번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증권은 1,800선 이상에서 설정된 28조원 가운데 이미 환매된 8조원을 제외한 약 20조원이 대기매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20조원 중에서도 실제 환매는 약 60% 정도만 진행될 것 “1,800선 이상에서는 환매에 대한 부담감이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코스피지수 1,800 위에 남아있는 자금은 약 18조7,000억원, 이 가운데 1,801~1,850대는 4조5,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추석연휴를 앞둔 자금수요 증가에 1,800선 돌파에 따른 이익실현 등으로 다음 주에는 펀드 환매압력이 강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금은 다시 펀드로 돌아올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드가 환매되더라도 현재 은행금리와 부동산경기 등을 감안할 때 자금이 갈 곳이 없다”며 “결국 주식이 대안이고, 어차피 자문형 랩이나 펀드 등으로 시차를 두고 돌아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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