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과거에 가졌던 꿈이 좌절됐다고 자녀에게 특정 직업을 권유하거나 반대로 자신의 성공 경험을 토대로 자녀의 진로를 유도한다면 진로 선택에 오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녀의 성장단계에 따라 진로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극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노경란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자녀의 진로선택을 돕는 부모의 역할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서울여대 김지현 교수팀과 함께 부모를 위한 자녀 진로지도 프로그램인 ‘커리나비’를 개발, 전국 고용지원센터에 보급했다. 이 프로그램은 내년부터 노동부 전국 47개 고용지원센터에서 본격 운영될 예정이며 각급 학교와 지방자치단체, 청소년 상담기관 등에도 보급된다. 고용정보원의 ‘커리나비’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부모들이 집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녀 진로교육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초등학생 자녀와 서로의 꿈에 대해 얘기하기= 미래의 직업 선택과 관련해 초등학생 시기에는 꿈을 갖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부모와 자녀의 꿈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작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먼저 종이에 부모가 어렸을 때 꿈꾸었던 직업을 4가지 이상 적어보고 그 꿈에 영향을 준 사람과 포기한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본다. 그리고 자녀의 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어본다. 그리고 나서 부모와 자녀의 ‘꿈의 변천사’에 어떤 공통점이나 차이점이 있는지 알아보고 부모가 꿈꿔 왔던 직업, 이를 포기했던 이유가 자녀의 진로 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과정을 갖는다. 부모의 꿈을 자녀에게 들려줌으로써 자녀가 자신의 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갖게 하는 효과도 있다. 다만 자녀의 꿈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해 다른 가능성을 닫지 않도록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학생은 직업정보 수집 단계= 직업과 관련해 중학생 시기에 가장 많이 해야 할 일은 진로 탐색이다. 그 첫 단계는 어떤 직업이 자녀와 잘 맞는지 또는 맞지 않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는 일이다. 직업정보는 인쇄매체ㆍ방송은 물론 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www.work.go.kr)과 청소년 워크넷(http://youth.work.go.kr), 커리어넷(www.careernet.re.kr)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오프라인에서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 자녀가 무엇이 되고 싶다고 한다면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할 때는 그 사람이 주는 정보가 얼마나 객관적인지를 확인해야 하며 객관적인 답을 얻으려면 적어도 세 사람 이상에게서 정보를 받아 서로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고교생은 직업별 대차대조표 작성= 고등학생 시기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을 선택할 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때 여러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직업을 선택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사회적 지위, 적성이나 흥미, 성 역할 같은 우선순위 가운데 어떤 측면을 포기해 ‘타협’할지 결정해야 한다. 또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대차대조표를 그려보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대차대조표의 세로줄에는 간호사ㆍ의류판매원ㆍ여행가이드 등 관심있는 직업의 종류를 여러 개 쓰고 가로줄에는 ‘돈을 많이 번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하는 일’ ‘부모의 기대’ 등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나열한다. 그리고 각 직업에서 기대되는 가치 전체를 100점으로 가정하고 점수로 환산해 합산해보면 그 직업의 매력점수가 나온다. 관심분야의 직업들을 이런 식으로 점수화해서 비교하면 자녀의 관심과 가능성을 알 수 있고 구체적인 수치를 기록하기 때문에 좀더 체계적으로 생각하는데 도움이 된다. ● 미래 직업세계 4가지 방향 변화 예상
다각화 전문화 유연화 세계화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미래 직업세계의 변화는 다각화ㆍ전문화ㆍ유연화ㆍ세계화 등 4가지 방향에서 예상된다. 우선 다각화란 표준화된 직업의 세계에서 보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직업 유형이 출현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모범생 유형의 정형화된 인재가 아닌 창의적 인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전망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는 존재,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영어가 필수라고 생각해 무조건 영어만 하게 하기보다는 앞으로 중국이나 중남미ㆍ동남아권과의 교류를 고려해 또 다른 언어를 선택해서 배우도록 자녀에게 '틈새'를 보여줄 수도 있다. 둘째, 전문화로 표면적ㆍ상식적 수준의 지식과 같은 기술은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의사ㆍ변호사 등 특정 직업이 전문가를 의미하던 시기는 끝났다. 앞으로는 같은 직업 내에서 하는 일에 따라 전문가와 비전문가로 구분되는 만큼 각 분야에서 전문적 수준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셋째,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들 수 있다. 이제 직장을 옮기거나 직업을 바꾸는 것은 더 이상 흉이 아니며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발전과 더불어 경력개발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다. 평생에 걸친 서너 번의 직업발달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이 같은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시장의 세계화다. 미국 시장도 중요하지만 떠오르는 수출시장인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등 '브릭스(BRICs)' 시장의 의미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자녀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섞일 것이므로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