他문화에 대한 이해가 성공의 나침반

[화제의 책] 문화적 혼혈인간 (박희권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영국인은 대화할 때 팔하나 정도는 유지해줘야 편안함을 느낀다. '어깨에서 손가락 끝까지의 문화'다. 반면 중동이나 중남미 국가 사람들은 '팔꿈치문화'를 갖고 있다. 팔의 절반정도 되는 거리를 두고 이야기 해야만 친밀감을 느낀다고 한다. 1993년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호주에서 환영 인파를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V) 사인을 했다가 상대방을 모욕하는 행위로 비친 해프닝이 일어났다. 손등을 상대방에게 보인 것이 문제였다. 호주에서는 손등이 상대방에게 보이는 브이사인은 뒤집은 평화(reverse peace)라고 해서 상대방을 모욕하는 동작에 해당된다. 중국인은 시간끌기의 명수다. 오천년에 걸친 긴 역사적전통과 어떤일에도 서두르지 않은 문화적 전통을 배경으로 한다. 프랑스 혁명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저우언라이 전 총리가 "아직 말하기는 이르다"라고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만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해 동안 조기유학을 떠나는 우리나라인구가 20만 명에 이르고 국내 거주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연간 해외여행객이 전세계적으로 9억300만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국경 없는 세계'에서 활약하는 코스모폴리탄이 경쟁력인 시대다. 문화에 대한 지식, 이해, 태도는 현대인의 기본 상식이자 경쟁력이 됐다. '나'의 문화를 알고 또 '너'의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국제무대에서 개인과 사회, 국가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랫동안 여러 문화권을 경험해온 직업외교관인 저자는 우리가 세계라는 망망대해에서 꼭 갖추어야 할 성공의 나침반, 즉 문화적 전략을 설명한다. 문화란 무엇이며 오늘날 문화에 대한 기본 소양이 왜 중요한지, 타문화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문화 요소에 무엇이 있는지 등을 놓고 직간접적 경험을 토대로 들려준다. 저자는 오늘날 국가를 발전시키는 힘이 국민의 문화수준에 있으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웅비하는 것도 결국 타문화를 적극 이해하고 수용하는 '열린 문화의식'을 가질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젊은 세대들이 지구촌 시대에 타문화와 융합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혼혈인간'이 될 때 개인의 성공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바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글로벌인재를 만드는 10가지 성공전략을 제시하고, 그를 통해 '섞인 것이 아름답다'고 설파한다. 또 타문화와 융합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에게 세계무대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도전의 기회며 성공의 발판이라고 말한다.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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