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ㆍ4분기 가계소득 증가율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은 무엇보다도 저소득층의 소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희망근로 프로젝트로 저소득층에 일자리가 생기면서 소득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소비가 늘어나면서 경제에 활력이 도는 전형적인 '선순환' 구조가 나타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해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면서 소득이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올 들어 톡톡히 보고 있다.
13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에 따르면 2ㆍ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355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늘어났다. 명목소득은 근로소득(5.9%), 사업소득(11.3%), 이전소득(12.7%) 등이 늘어난 반면 이자소득 감소로 재산소득만 지난해 동기 대비 10.6% 줄었다.
특히 저소득층의 소득증가가 눈에 띈다. 소득수준별로 5등급으로 나눈 5분위별 가계수지에서 가장 형편이 좋지 않은 1분위 소득은 106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17.9%나 증가한 반면 가장 잘 사는 5분위의 소득은 699만5,000원으로 6.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득격차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비율이 4.94로 6년 만에 5 이하로 떨어지며 경기회복 효과가 저소득층까지 확산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경기회복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다름아닌 소비지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가운데 가정용품ㆍ가사서비스(13.7%), 보건(13%), 오락문화(11.6%) 등의 품목 지출이 늘었다. 이들 모두 불경기 때는 가장 먼저 씀씀이를 줄이다가 살림살이가 나아지면 그때서야 지출을 늘리는 것들이다.
반면 교육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하는 데 그치며 12개 주요 품목 중 증감률이 가장 낮았다. 통계청 측은 "사교육 수요가 방과 후 교육으로 이동하면서 사교육 지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2ㆍ4분기 대부분의 지출 품목에서 소비가 줄 때 교육만 6.5%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형편이 나빠도 교육비만은 줄이지 않았다가 이제서야 예년과 같은 수준의 타 분야 지출이 이뤄졌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다.
경기회복으로 고용이 늘면서 비소비 지출 또한 급증했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 지출은 66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5% 늘었다. 소득세 등 경상조세(15.0%), 연금(12.2%), 사회보장(11.2%), 이자비용(17.6%) 등 모든 분야에서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2ㆍ4분기 가계동향은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어 좋게 나왔다"면서 "이는 전반적으로 서민의 체감경기도 좋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득이 늘면서 소비 지출보다 비소비 지출이 늘어난 점은 우리 가계수지의 고질병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수입이 늘어나도 먹고 쓰는 것을 늘리기보다 이자 갚고 세금 내기에 빠듯하다는 뜻이다.
2ㆍ4분기 월평균 소비 지출은 전년 동기비 6.8% 증가한 반면 비소비 지출은 11.5%나 확대됐다. 특히 이자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17.6%나 늘어나면서 가계부채에 따른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더구나 정부의 이른바 친서민 정책으로 미소금융ㆍ햇살론 등 서민들이 빚을 늘릴 기회가 많아지고 하반기 중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가계의 이자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