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주라기공원」을 통해 흥행의 마술사라는 자신의 명성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이러한 성공을 업고 최근에는 「잃어버린 세계」라는 영화를 내놓아 미국에서 크게 히트하고 있다고 한다.두 영화 모두 공룡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다. 관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룡이라는 소재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밑천삼아 영화 한편으로 자동차 백여만대를 수출해야 벌 수 있는 거금을 벌었다고 한다. 바로 상상력과 창조력이 무한한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실증하는 것이다. 일본 노무라연구소는 공업화사회 다음 단계가 정보화사회이고 21세기에는 그 다음 단계인 창조화사회가 도래한다고 보았지만 선진국인 미국은 이미 이 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서 이러한 창조화사회에의 진입준비뿐만 아니라 공룡소멸의 경제적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중생대의 시작인 트라이아스기에 출현, 주라기를 거쳐 약 1억5천만년 동안 지구의 주인공으로서 번성하였던 공룡도 백악기 말기에 멸종되어 이제는 화석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공룡의 멸종이 운석충동설, 화산분화설처럼 불가항력적 자연재앙 때문이라는 주장도 없지 않지만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 결여에 기인한다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다.
따라서 공룡화는 주위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지나치게 비대해진 상태를 의미하는 것인데 그 근본원인은 지금까지 거둔 성과에 대한 자만심과 현실안주, 변화에 대한 통찰력과 자기성찰 불재에 있다고 보겠다. 미국의 경우도 50년 전 1백대 기업에 들었던 회사들 중 아직까지 건재하는 기업의 수가 불과 열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60년대의 10대재벌 중 이미 사라진 재벌들이 적지않은 것도 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공룡화에 대한 경계심이 다소 느슨해진 것 같다. 그 동안 양적 성장 위주의 경제발전과정에서 균형을 잃을 정도로 몸집만 키운 기업이나 조직들이 적지않아 이들의 감량화가 시급한 실정인데도 그렇다. 현재 선진국 기업들은 공룡화되기 전단계에서 미리 현재의 사업 및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사업내용을 전향적으로 재구축해 새로운 성장, 발전을 모색하는 이른바 리스트럭처링에 진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