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월가 거물… 월가 황제의 저력

다이먼 회장 주총서 압승
CEO·회장직 겸직 확정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사진) JP모건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최고경영자(CEO)와 회장 자리를 모두 지켜내며 승리했다. 한 차례 홍역을 치렀지만 지난해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확인하면서 다이먼 회장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JP모건 주주들은 2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주총에서 약 68%의 압도적 반대로 다이먼이 겸임하고 있는 회장 및 CEO직 분리안을 부결시켰다. 이로써 다이먼의 겸직을 막고 그의 권력을 제한하려던 일부 주주들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특히 이번 분리안에 대한 찬성비율은 32.2%로 40%였던 지난해보다 하락해 일련의 위기에서도 그의 권력기반은 더욱 탄탄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이먼 회장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이 짙었던 이번 분리안은 지난해 '런던고래'의 투자실패로 60억달러가 넘는 손실이 발생하면서 그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불신을 품은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등 일부 대주주들이 주도한 것이다. 이달 초 주주의결권 자문회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마저 분리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제안하며 일각에서는 다이먼의 몰락을 조심스럽게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이먼 회장과 경영진은 전미지방공무원노조연맹(AFSCME) 등 주요주주를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와 지분율이 높은 블랙록 등의 지지에 힘 입어 승리를 확정 지었다. 특히 분리안이 가결될 경우 아예 JP모건을 떠날 수도 있다고 다이먼이 으름장을 놓은 것이 주주들을 붙잡는 데 주효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주주는 "다이먼이야말로 JP모건 주주의 이익을 가장 잘 보호할 인물"이라며 "분리안이 가결돼 그가 떠났다면 회사에 재앙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같은 날 치러진 이사진 선임투표에서는 런던고래 사건 당시 위기관리위원회 소속 이사들에 대한 찬성률이 이례적으로 낮은 50%대에 그쳐 조만간 이사진의 인적쇄신이 단행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한편 다이먼 회장의 겸직유지 소식에 이날 JP모건 주가는 1.4% 올라 6년 만의 최고치인 주당 53.02달러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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