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슈에 목소리 높이는 중국 기업인

마윈 동성애 부부 美 결혼식 지원
쭝칭허우는 신차판매 규제 반대
WSJ "정부 비판 한계선 시험"

중국 기업인들이 그동안 자국 내에서 금기로 여겨졌던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일부 기업인들이 '출산정책' '동성애자 권리' '환경 문제' 등 비정치적인 사회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사회적인 문제 공론화에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인의 움직임은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인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대표적인 사회 이슈는 출산정책이다. 노동력 부족이 기업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나 공산당도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 여행 사이트 '시트립'의 공동 창업자인 제임스 량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출산저하 정책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지면 중국이 경쟁과 혁신을 잃는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트립은 한 자녀 이상을 낳아 벌금을 무는 직원들에게 무이자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하수처리 및 건축자재 회사인 조아보아테크놀로지의 저우쉬안화 회장도 지난 3월부터 '한 자녀' 정책을 위반한 간부들에게 10만위안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마윈의 알리바바는 동성애 정책에 이견을 제시했다. 알리바바는 2월 10쌍의 동성 부부가 올여름 미국에서 결혼할 수 있도록 여비 전액을 제공했다. 동성결혼이 불법인 중국에서 알리바바의 행사는 상징성이 크다.

중국 식음료 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쭝칭허우 와하하그룹 회장은 항저우 등 중국 대도시들에서 신차 판매 규제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신차 판매 규제는 중국 정부가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조치지만 쭝 회장은 차라리 정부가 도로망을 더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심각한 문제인 대기 오염도 타깃이 됐다. 부동산재벌 소호의 판스이는 2011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부 당국의 정확한 오염통계 공개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WSJ는 일부 중국 기업인이 정부 당국에서 설정한 공개비판의 한계선을 시험해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구글·스타벅스와 같은 방식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 기업 브랜드 제고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 같은 기업인들의 행동에 대해 자유경제정책 확대와 반체제에 대한 관용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2013년 벤처캐피털리스트 왕궁취안은 공직자재산공개운동에 가담해 공공질서를 교란한 혐의로 체포됐다. 또 환경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던 판 회장은 관영언론의 공격과 정부의 미디어 검열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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