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한국의 지난 1997년 외환위기 극복사례가 십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G20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은 17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한국금융연구원(KIF)ㆍ국제금융연합회(IIF) 공동주최로 열린 'G20 한국의 리더십: 2010년 한국 정상회의 주요 이슈 논의' 콘퍼런스에서 국제 금융 안전망 및 환율 변동성 문제 등에 있어 외환위기 당시의 경험을 써먹을 수 있는 의제 발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1997년 당시 한국의 외환위기 경험은 내년 G20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에 기여할 수 있는 자산"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이슈는 아니지만 당시 경험을 기반으로 1~2개 의제를 개발해 채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제 금융 안전망 재편에 관한 이슈도 내년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단장은 "신흥국들은 환율 변동성 측면에서 금융위기의 큰 영향권 하에 있다"며 "이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외환보유액 확충에만 집착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져다준 잘못된 교훈이고 다른 방식의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같은 양자 통화스와프는 임시적이고 정치적 성격을 띠는 문제를,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신용공여를 받을 경우 해당 국가에 대한 '낙인효과'가 우려되는 점 등도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이날 가진 환송오찬 연설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였던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 됐고 외환위기 역시 훌륭히 극복했다"며 "G20 체제에 들지 못한 개발도상국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호영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은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 환율이 몇 개월 만에 달러당 800~900원대에서 2,000원까지 치솟는 과정에서 '믿을 것은 IMF가 아니라 외환보유액'이라는 고통스러운 교훈을 얻었다"며 "환율 변동성은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꼭 다뤄져야 하는 심각한 이슈"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IMF 간부로 근무했던 호리구치 유스케(堀口雄助) IIF 수석부원장은 "G20 정상회의에서 국제적 환율 문제를 다루려면 신뢰할 수 있는 심판이 필요하며 그 역할은 IMF가 제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