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뜨거운 이슈인 '환율전쟁'에 대해 미국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주 말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 회의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엔저유도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구체적인 정책대안은 내놓지 않은 채 '경쟁적인 환율절하는 자제한다'는 선언에 그치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는 미국의 입장이 가장 크게 반영됐을 것이다.
요즘 미국 경제매체들에서 환율전쟁과 관련, 일본을 비판하는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반대로 일본 편들기에 나서는 유명 경제학자들의 글을 더 자주 접하게 된다. 유명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얼마 전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에서 지난 1971년 미국이 달러의 금태환을 포기하고 환율변동을 허용한 후 지난 40년 동안 세계는 '만인의 대한, 만인에 의한 전쟁'처럼 통화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일본만을 지목해 통화전쟁을 촉발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2007년 이후 원화환율이 달러화 대비 19% 절하됐다며 (일본을 비난하는) 한국이 '위선자'라고 몰아세웠다.
일본을 두둔하는 미국 내 분위기의 이면에는 자기셈법이 뚜렷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자기모순 문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금융위기 이후 사상초유의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펼쳐 달러약세를 유도하고 있는 미국이 일본의 팽창정책을 비난하기는 어렵다. 또 하나 수출을 확대함으로써 일자리를 늘리려는 미국으로서는 엔저를 통해 일본의 경기가 살아난다면 좋은 일이다. 일본은행이 엔화를 매각하고 미 국채를 사들일 것이란 계산은 더욱 직접적인 이해관계다.
미국의 암묵적인 지지를 확인한 일본이 엔화절하 노력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월가의 일치된 전망이다. 한국으로서는 수출경쟁국인 일본의 엔화약세는 분명 반가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초 과도한 환율절하로 인해 수많은 중소기업들을 구렁텅이로 빠트렸던 '키코(KIKO)사태'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환시장에서 인위적으로 환율을 펀드멘털에서 벗어나 움직이도록 하는 노력은 투기세력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꼴이다. 경제주체들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선에서 변동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새 정부의 경제사령탑들이 환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