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사례인가, 서곡인가'
김승유(사진)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이 임기를 2년 남겨놓고 금융위원회에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이명박(MB) 정권 출범 초기부터 이른바 '친 MB계'금융인사로 분류됐던 김 이사장의 갑작스런 사표가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등 이명박 대통령과 연을 맺은 다른 금융지주 회장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20일 "김 이사장이 사표를 제출했으며 관련 절차에 따라 사표를 수리 중"이라며 "새 이사장은 새 정부 출범 후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소금융재단은 금융위 추천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박근혜 차기 정부가 곧 출범하는 상황에서 김 이사장이 이사장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미소금융이 현 정권이 내세운 서민금융의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김 이사장의 사표가 미치는 파장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김 이사장은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하나금융지주 회장직을 그만둔 바 있다. 이번에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직도 내려 놓음에 따라 김 전 회장은 이제 하나금융지주가 설립한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 재단 이사장직만 유지하게 됐다.
최근 하나·외환은행의 하나고 기부금 출연 논란 및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후 잡음 등에 부담을 느낀 것도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직의 조기 퇴진을 가져오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친 MB계로 분류되는 금융지주사 회장에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꼽히고 있다. 이들 회장들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직과 달리 각각의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선출되는 자리인 만큼 이번 김이사장의 사표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 회장들도 MB 인맥 내지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직간접적으로 이번 김 이사장의 이사장직 사퇴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 회장과 이 회장은 오는 2014년 3월, 어 회장은 올해 7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낙하산 근절'을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미소금융재단은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창업자금ㆍ운영자금 등 자활자금을 무담보ㆍ무보증으로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미소금융재단 2대 이사장을 맡은 김승유 전 회장은 지난해 2월 3년 임기의 이사장직에 연임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