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권, 지급보증 조건완화 요구

구제금융에도 자금 경색 여전
FDIC, 프로그램 발표 한달 지났지만 실적 미미
기업도 자금조달 애로… "CP매입 확대" 목소리


대규모 구제금융 작업이 진행중인 미국 금융가에 아직도 자금 경색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반 기업들도'윗목'에는 아직 자금이 안 돈다며 정부의 기업어음(CP) 매입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시간)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 삭스 등 월가의 주요 은행들이 뉴욕의 유명 로펌 설리반 & 크롬웰을 통해 정부의 지급보증 프로그램의 조건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월가 은행들이 발행한 채권의 지급을 보증하는 이 프로그램은 발표 한 달이 지났음에도 아직 실적이 미미하다. 이는 미국이 만기시 채권 금액의 전부를 은행이 되갚도록 하기 때문이다. 반면 영국은 유사한 은행 구제 프로그램에서 벌써 206억달러의 정부보증 채권을 발행했다. 은행들은 또 FDIC가 부과하는 수수료도 낮춰 줄 것을 요구했다. FDIC는 9월말 현재 미결제 잔액 전부에 대해 37.5bps의 수수료를 물도록 했으나 은행들은 해당 금액의 25%만 수수료 부과대상이 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생명보험사들도 주가 하락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AIG뿐 아니라 프린서플파이낸셜과 푸르덴셜, 올스테이트 등 약 35개 생보사가 14일(현지시간)까지 미 정부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따라 정부 지원을 신청할 예정이다. 정부 기준에 따르면 은행이나 연방정부 차원의 감독을 받는 저축대부업체와 자회사 관계로 연결된 생보사만 지원을 신청할 수 있어 전체 생보사중 약 절반 정도만 신청 자격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생명보험업계는 골드만삭스가 메트라이프를 제외한 모든 업체에 대해 투자의견을 '매도'로 권고하자 주가가 급락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들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텍스트론, 홈 데포, 혼다, 다우 케미칼, 닛산 등 주요 기업들이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기업어음(CP) 매입 대상에 자신들도 끼워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FRB가 신용도가 높은 기업들의 CP만 사지 말고 이보다 다소 등급이 낮은 CP도 매입대상으로 삼을 것을 촉구했다. 30일짜리 최고 등급의 CP 이자율은 지난 한달새 4.28%에서 1.04%로 뚝 떨어졌으나 같은 조건의 차상위등급 CP 이자율은 6.30%에서 5.36%로 미미한 수준의 낙폭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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