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깊어지는 서울-진주 등축제 갈등

11월 청계천 개최 강행 방침에 진주시 "모든 수단 동원 저지"
물리적 충돌·법적 다툼 가능성

등축제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진주시 사이에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서울시가 오는 11월 청계천 등축제를 예정대로 개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진주시가 소송이나 물리적 저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단시키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등축제는 11월1일부터 17일까지 청계천에서 예정대로 열 방침이다. 서울시는 이미 올해 등축제의 주제등(燈)을 '백제의 첫 수도 한성'으로 정하고 관련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한양도성의 성곽이나 사대문ㆍ사소문ㆍ경복궁을 형상화하거나 고대 선조들의 생활상을 담은 '삼일유가(과거급제 후 축하행렬)', 널뛰기 등 보편적인 소재를 활용해 등을 전시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진주시의 반발을 고려해 서울이 고대 백제의 첫 수도로 500년을 유지했다는 데 착안해 백제로 정했다. 이렇게 되면 진주시와 주제가 중복되는 것을 피할 수 있어 모방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대신 캐릭터등인 로보트 태권 브이와 뽀로로ㆍ스파이더맨ㆍ슈퍼맨 모양의 등은 전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진주시가 자신들의 캐릭터등을 모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부터는 어린이들을 위한 캐릭터등은 전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진주시가 원하는 등작품을 출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부 구간을 남강유등축제 홍보구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진주시가 원하면 언제든지 출품작품을 전시할 수 있고 남강유등축제를 홍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할 것"이라며 "진주시를 위한 별도 홍보구간을 확보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주시가 출품하는 작품에 대한 운송비도 서울시가 전액 부담하고 서울시내 지하철과 안내판 등 홍보 채널을 통해 남강유등축제의 국내외 홍보지원 방안도 제안해놓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등축제를 취소하면 청계천 주변상인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고 등축제를 기다려온 시민들은 물론 외국 여행객들로부터도 불신을 살 수 있다"며 "서울등축제 중단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진주시는 서울등축제 완전중단 요구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있어 양측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울등축제 기간에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물론 이로 인한 축제 파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진주시 측이 서울등축제 중단을 요구하는 집단항의를 벌이는 과정에서 양측 간 심한 몸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서울등축제를 보러 온 대내외 관광객들에게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책임공방도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진주시가 서울등축제 개최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적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진주시 관계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서울등축제는 반드시 막겠다는 게 진주시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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