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6%는 우리 경제가 지난 2ㆍ4분기를 정점으로 이미 하향 추세에 접어들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둔화 속도도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4ㆍ4분기 성장률은 4%대 초반, 내년 1ㆍ4분기는 3% 후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갈수록 문제라는 얘기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5.2%로 내다봤다. 뒤로 갈수록 성장세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하반기 성장률을 5.6%로 잡았다.
그러나 지난 8월 들어 전망이 바뀌었다. 상반기 중 당초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5.4%)을 기록했지만 하반기는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 한은은 하반기 전망을 5.0%로 낮추고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한은은 지난달 내부적으로 하반기 전망치를 더 낮춰 잡았다. 박승 한은 총재가 올해 성장률 전망을 ‘5% 달성 확실’에서 ‘5% 내외 달성 확실’로 바꾼 것도 이 무렵이다. 성장률이 5%에서 0.1~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 한은의 한 관계자는 “5% 달성이 안되더라도 최저 4.8%보다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성장률은 8월의 수정 전망치(5.0%)보다 대폭 낮아진 4.4~4.5%가 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 수정된 하반기 전망치도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부동산 안정대책, 접대비실명제, 성매매특별법 등 당초 예상하지 못한 조치들이 성장률을 까먹는 변수로 작용했다”며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법안들이지만 경제에는 악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에 수출 규모는 줄지 않아도 내년 상반기까지 증가율 자체는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30%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던 수출은 3ㆍ4분기 17.6%로 크게 낮아졌다.
소비도 여전히 문제다. 이덕훈 금융통화위원은 “소비가 더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반등하기도 어렵다”며 “L자형으로 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2ㆍ4분기부터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다 올 2ㆍ4분기 0.3%로 소폭 플러스 반전한 뒤 3ㆍ4분기 들어 다시 -0.1%로 떨어졌다. 특히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가 최근 크게 감소해 증가율이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설비투자가 2ㆍ4분기에 이어 3ㆍ4분기에도 6% 넘는 증가율을 보였지만 비교시점인 지난해 3ㆍ4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이 -5.0%로 크게 낮아진 데 따른 기술적 반등에 힘입은 것이다. 변기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설비투자는 전년동기 대비로는 6.7%지만 전기 대비로는 -4.8%를 기록했다”며 “실질증가율은 6%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비투자 회복을 확인하려면 4ㆍ4분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설비투자 조정압력이 다소 떨어지고 재고도 증가해 전망이 어두운 편이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이제는 ‘성장률 몇% 달성’에 연연하기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리고 경제가 나아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성장률 전망이 틀릴수록 신뢰를 잃고 정책 효율성 저하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