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은 지금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첫손에 꼽아도 손색이 없다. 자아실현을 위해 일한다는 매우 드문 사례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우선 먹고살기 위해 일한다. 일자리가 생존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보니 박근혜 대통령은 틈만 나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대통령은 오랜만에 국민 앞에 선 지난 6일의 대국민 담화에서도 "청년실업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미래에 큰 문제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득 의문이 든다.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전임 대통령들도 수도 없이 대책을 내놓았는데 일자리는 왜 여전히 부족할까. 가장 심각하다는 청년 일자리를 보자. 청년실업률은 10.2%, 실업자 수는 44만9,000명으로 사상 최대다. 여기에 아르바이트·시간제근로 등 무늬만 취업자를 포함하면 일자리가 없어 떠도는 청년이 100만명이 넘는다. 100만명만 해결하면 될까. 매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쏟아져나오는 청년이 30만명이다. 해결하기가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를 만드는 3개 부류가 있다. 그중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은 투자다. 3월 기준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은 710조3,002억원으로 지난해 3월 말보다 38조2,378억원(5.7%) 늘었다. 정부는 사내유보금이 증가하자 기업에 배당을 늘리라고 다그쳤다.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영향으로 30대 그룹 상장사의 지난해 배당은 전년보다 25% 가까이 증가했다. 기업이 투자할 생각은 원래 없었고 그나마 꼭 필요한 투자재원은 배당으로 썼다는 얘기다. 그 결과 지난해 30대 그룹의 직원 수는 전년 대비 1만3,869명(1.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래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에게 점심을 사면서까지 신규 채용을 늘려달라고 부탁해 이만큼이라도 뽑은 걸까.
정부도 일자리를 만든다. 정부는 얼마 전 기업과 손잡고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오는 2017년까지 2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민간 부문의 16만개(12만5,000개는 인턴·직업훈련이라는 것 참고)를 떼어내면 공공 부문에서 4만개가 생긴다. 4만개 모두가 제대로 된 일자리라도 턱없이 부족한데 들여다보면 사실상 새로 생기는 괜찮은 일자리는 2년간 교원 4,000명을 뽑는 것뿐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고 생색도 이런 생색이 없다.
기업이 받아주지 않고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개인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창업이다. 창업 간판을 내걸 때는 누구나 대박을 바라지만 주지하듯 창업의 성공 확률은 매우 낮다. 최근 조사를 보면 50대 이상 자영업자 2명 중 1명은 월평균수입이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청년 창업은 괜찮을까. 요즘에는 회사는 생겨도 직원은 늘지 않는 1인 창업이 대세여서 자기 일자리 하나 만드는 수준이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주범으로 기술혁신이 거론된다. 다들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다고 투덜대지만 투자한다고 일자리가 반드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기업 투자의 절대 비중은 자동화가 차지하고 자동화의 대표주자는 로봇이다. 제프리 색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로봇이 인간 노동자를 급속도로 대체하는 지금의 추세가 계속되면 앞으로 20년간 사회 후생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국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로봇혁명 추세가 가장 빠르다. 이러다가는 산업혁명 초기에 벌어진 러다이트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지 모른다.
일자리 만들 곳을 아무리 뒤져도 최소한 필요한 만큼 생길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줄어들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사정이 이러니 이 정부 들어 벌써 6번째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아도 소용없는 것 아닌가. 아버지 것 자식에게 떼어주는 나눠먹기식 임금피크제 말고 진짜 일자리 대책에 대해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