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호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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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硏이 최근 개발한 핵연료 교환기 로봇(왼쪽)의 모습. 상단부를 수직으로 올려(오른쪽) 비상시 원전 가동 중단 절차 없이 안전하게 핵연료를 교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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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가 수리 등을 위해 가동을 멈추면 하루 1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중수로 발전소의 경우 가동을 멈추고 2~3일 후에야 사람이 접근할 수 있고, 재가동에도 3~4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한번 가동을 중단하면 재가동까지 10여일이 소요되고 약 100억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발전소 시스템은 최대한 가동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축돼야 하며 고장ㆍ사고가 발하더라도 가동 중단 없이 수리하고, 혹시 중단되더라도 방사선량이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수리할 수 있어야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로봇랩 정승호(사진) 박사팀이 개발한 ‘중수로 핵연료 교환기 비상구동 이동로봇(이하 KAEROT m3)’은 이 같은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최첨단 로봇이다.
국내 월성지역에 4기가 가동중인 중수로 발전소는 발전기를 가동하면서 핵연료를 교체한다. 중수로에는 총 360개의 핵연료봉을 장착하고 있으며, 1일 평균 2개의 핵연료봉을 교체하게 된다. 원자로의 옆면에 있는 ‘핵연료 교환기’를 이용해 교체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83년부터 가동된 월성 1호기의 경우 노후화로 인해 연료봉이 걸려 ‘핵연료 교환기’로 교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이동로봇인 ‘KAEROT m3’를 이용해 걸린 부분을 풀어주면, 원자로의 가동 중단 없이 수리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KAEROT m3’ 로봇이 조작하는 부분은 비교적 단순하다. 하지만 원자로 바로 옆의 고방사선 지역에서 조작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원자로 가동 중 사람이 접근할 경우 생명을 잃을 수 있고, 각종 전자장비와 5개의 카메라가 장착된 로봇 역시 작동이 멈출 수 있다. 또 핵연료봉이 장착되는 부분도 높이 최하 3m에서 최고 9.5m에 달하기 때문에 ‘KAEROT m3’ 로봇 역시 이 범위에서 작동될 수 있어야 한다.
이 로봇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원자로가 설치된 차폐건물 지하에서 40cm 크기의 통로를 열고, 사람이 약 9m에 달하는 장대형 장비를 들고 수동으로 조작해야만 했다. 정 박사는 “지난 3월 월성 1호기에서 테스트한 결과 통상 수리에 필요한 3시간 동안 이상없이 작동했다”며 “연구측면에서는 개발이 완료됐고 향후 해외수출 등의 실용화는 민간기업 차원에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KAEROT m3’ 로봇의 실제 개발을 담당한 서용칠 연구원은 “약 60kg 무게의 장비가 장착된 상단부를 9.5m 높이로 올렸을 때, 흔들림 없이 조작되도록 하는 것과 로봇의 제어장치가 방사선에 피폭되지 않도록 차폐장치를 갖추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월성 1호기의 경우 ‘핵연료 교환기’까지 접근하는 통로가 높이 2m를 넘지 않아야 통과할 수 있으며, 차폐벽을 통과하는 슬라이딩 도어의 경우 폭 75cm, 깊이 45cm의 장애물을 로봇이 통과해야 한다.
아쉬운 점은 현재 국내 유일의 수요처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아직 이 로봇의 도입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현재 우리와 같은 중수로를 보유한 국가는 캐나다ㆍ중국ㆍ인도ㆍ루마니아 등으로 대부분 국내와 유사한 ‘핵연료 교환기’를 이용한 연료봉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