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클릭] 국산 '명품' 무기의 과대 선전


9월11일 오후3시35분(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이슈와휴디 공군기지. 한국산 T-50i 두 대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경남 사천비행장을 떠나 대만과 필리핀을 거친 1박2일간 여정의 끝. 쾌거다. 초음속기 수출은 처음이거니와 5,600㎞를 직접비행 형식으로 날아왔다는 사실이 의미가 깊다. 국산 항공기의 내구성과 정확도는 물론 한국 조종사들의 기량이 널리 알려졌다. 완제기를 분해해 현지에서 재조립하는 방식보다 시간과 비용도 크게 줄였다.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옥의 티가 있다.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우리나라가 미국ㆍ러시아ㆍ영국ㆍ프랑스ㆍ스웨덴에 이어 세계 6번째 초음속항공기 수출국에 진입했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과연 그럴까. 파키스탄에만 240대 넘는 전투기를 수출한 중국, 미국과 콜롬비아ㆍ에콰도르ㆍ스리랑카ㆍ아르헨티나에 139대의 고성능 네셔ㆍ크피르 전투기를 판매한 이스라엘은 '초음속항공기 수출국'이 아니란 말인가. KAI에 문의하니 '고유모델 초음속 항공기의 독자개발이 기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옹색하다. 따지자면 T-50도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설계한 기종이니까.

△물론 KAI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국산제트기의 첫 수출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으리라. 아무리 자랑스러운 사실이라도 정확하게 전달될 때 보다 깊은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세계 6번째'라는 수식어와 과대선전은 수출에도, 대국민 홍보에도 도움이 안 되는 자위성 언어일 뿐이다. '초음속'마저도 큰 의미가 없다. T-50의 경쟁기종인 이탈리아의 M-346기는 급강하시에도 마하 1.2를 넘을 수 없는 아음속이지만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ㆍ싱가포르 공군의 차기 훈련기 사업에서 번번이 우리를 따돌렸다.

△국산 신무기가 등장할 때마다 '명품'이라고 치장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세계최강'이라는 자화자찬 아래 계획대로라면 실전배치에 들어갔어야 할 K2 흑표전차가 파워팩 성능미달로 시제전차 3량 제작에서 중단된 반면 우리 기술을 도입한 터키의 알타이전차는 사우디아라비아 차기전차로 뽑혔다. 중요한 것은 허장성세가 아니라 실속이다. 세계 몇 번째니 하는 낡은 프레임에서 이젠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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