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와프로 외환시장 불안 잠재워… 물가도 2%대로 안정

■ 박재완 장관 공과
재정 건전성 지켜 선진국 수준 국가 신용 이뤄내
저성장·청년실업·지자체와의 갈등은 숙제로 남겨


"앞으로 국회에 업무보고 갈 때마다 '공포의 삼각편대'가 되살아날까 걱정됩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자 재정부의 한 관료가 기자에게 던진 넋두리다. 삼각편대란 과거 장관들이 외부 공식 일정 참석시 의전상 뒤따르던 휘하 직원들의 대오가 마치 전투기의 삼각편대 같다고 빗대는 관가의 속어다. 박 장관 취임 전까지만 해도 재정부 장관이 국회 등을 방문하면 주요 실ㆍ국장을 비롯해 수십명의 인원이 따라붙었다. 국회 회기 중이라면 일주일에 최소 서너 번씩은 삼각편대원으로 차출되다 보니 재정부 간부와 실무자들은 각자 연간 수개월의 시간을 장관 의전을 하는 데 허비하고 말았다. 그만큼 관료가 업무에 집중하거나 민원에 귀를 기울일 시간을 빼앗기니 국가 전체적으로도 손해일 터였다.

과도한 의전 관행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박 장관이었다. 지난 2011년 6월 무렵 재정부 수장을 맡은 그는 임기 중 거의 대부분의 대외활동을 서너 명 이내의 수행원으로 소화했다. 이것은 단순히 배려심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 부문에서 총리실에 버금가는 방대한 조정업무를 수행하는 재정부의 각 업무를 꿰뚫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재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회의 대정부질문이 열리면 장관 홀로 연단에서 200여명에 달하는 의원들의 온갖 질의에 응답해야 하는데 과거 실력파로 불린 장관들도 곧잘 답이 막혀 (실무자가 앉아 있는) 뒤를 돌아보고는 했다"며 "박 장관은 연단에서 뒤를 돌아보는 일을 거의 보지 못했을 정도로 취임 후 단기간에 업무를 통달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이니 재정부 직원들로서는 혹여 후임 각료가 부임하면 과거식 의전과 업무보고가 되살아날지 몰라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박재완 금단증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재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박 장관은 재임기간 중 이명박 정부의 훌륭한 마무리투수 역할을 했다. 취임 직후부터 남유럽발 재정위기의 여파가 본격화하자 신제윤 재정부 1차관, 최종구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와 호흡을 맞춰 한중ㆍ한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외환시장 불안을 잠재웠다. 이후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라고 불리는 자본 유출입 규제장치도 강화해 우리나라의 자본시장 방파제를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널뛰던 물가상승률을 지난해 2%대로 진정시킨 것도 박 장관의 수훈으로 꼽힌다. 업무추진력이 뛰어난 주형환 차관보에게 업무를 맡겨 농산물ㆍ공산품ㆍ기름값 등의 유통구조 거품을 파헤친 것은 우리나라의 물가정책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됐다.

예산 부문에서는 김동연 2차관과 박자를 맞춰 국가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 성과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격상시킨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을 통해 확실하게 인정받았다.

물론 박 장관이 미완으로 남긴 과제들도 있다. 지난해 2%대로 떨어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문제,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청년실업, 중도에 좌초된 소득세 과세표준 체계 합리화와 파생상품거래세 도입 문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배분 갈등 해소 미봉 등은 후임을 맡게 될 새 경제부총리 겸 재정부 장관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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