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 메이저들이 앞다퉈 인구 11억을 가진 지구촌 제2의 대국(大國) 인도로 돌진하고 있다. 휴대폰 업계의 ‘인디언 러시(Indian Rush)’는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 중인 인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노키아, 삼성전자, 모토로라, LG전자, 소니에릭슨 등 세계 휴대폰 업계의 ‘빅6’ 중 지멘스를 제외한 모든 업체들이 잇따라 인도 현지에 휴대폰 공장 건설계획을 밝히고 나섰다.
인디언 러시의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업체는 한국의 LG전자.
LG전자는 약 4,300만 달러를 투자해 인도 남서부 푸네의 제2공장 내에 유럽식(GSM) 휴대폰 생산라인을 세우고 있다. 예정대로 내년 2~3월께 가동을 시작하면 메이저 업체로는 처음으로 ‘메이드 인 인디아’ 휴대폰을 생산하게 된다. LG전자는 내년 말까지 약 20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뒤 오는 2010년에는 연산 1,000만대 규모의 글로벌 GSM 생산기지로 확장할 계획이다.
세계 1위 업체인 노키아도 앞으로 4년간 1억~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인도에 공장을 세우겠다는 방침을 최근 밝힌 바 있다. 노키아의 휴대폰 공장은 이르면 내년 말이나 2006년 초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올 3ㆍ4분기 처음으로 모토로라를 제치고 2위에 오른 삼성전자도 인도 현지에 휴대폰 공장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도시장은 중국 다음으로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현지 생산시설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뒤질새라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도 조만간 인도 휴대폰 공장 설립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 메이저들의 인디언 러시는 무엇보다 인도 휴대폰 시장이 내년 3,700만대, 오는 2008년에는 5,000만대 규모로 예상될 만큼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제조업 기반이 전무하고 도로ㆍ전력ㆍ금융 등 사회 인프라가 취약해 ‘포스트 중국’을 노리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지만 이 같은 약점이 서서히 보완되고 있다는 점도 한 배경이다. 현지에서 휴대폰을 생산하면 20%대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의 한 인도 전문가는 “농업중심 사회였던 인도는 산업기반이 취약한 데다 인프라도 허술해 약점이 많다”면서도 “값싼 고급 인력이 넘쳐나고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