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보면서 결혼 전 여러 가지 문제로 갈등을 겪는 예비부부의 모습이 문득 떠오르는 이유가 뭘까. 이 민감한 한미 FTA를 혼인에 비유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개인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처럼 한미 FTA가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인 것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인생의 반려자를 선택할 때 철없는 시기가 아니라면 보통은 상대편의 성격과 외모ㆍ가정환경ㆍ경제력ㆍ직업 등의 다양한 요소를 빠짐없이 살펴보고 본인 인생의 경쟁력이 돼줄 수 있는 최상의 상대를 서로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생의 반려자를 고르는 것도 힘든 일인데 하물며 한 나라의 반려자를 선정하는 문제는 간단치 않은 문제일 것이다.
4,800만여명의 인구와 세계 11위권의 경제력, 67만 병력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대한민국이 어느 나라와 전략적ㆍ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최상의 선택일 것인가. 이의 선택은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21세기의 국제정치 군사질서와 세계 경제질서의 모습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
우선 미국은 지난 89년 구소련의 붕괴로 시작된 동서 냉전체제의 종식과 9ㆍ11테러 이후 세계 유일의 초군사강대국으로서 비군사적ㆍ초국가적 위협이 증대되는 안보환경 변화에 맞춰 미군전력 재배치(GPR), 전략적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전시 작전통제권의 이양문제가 한미간 윈윈 원칙 하에 추진되고 있다. 다음으로 중국은 급속한 경제개발과 국력신장으로 오는 2020년경 지역패권 국가로서 다시 역사 전면에 등장할 것이며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동아시아의 힘의 질서는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외에도 현재 전세계에는 255개의 FTA가 체결되고 있다.
국제관계에 있어서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금언이 있다. 그럴수록 자유ㆍ민주ㆍ인권의 인류보편적 가치를 공유함과 동시에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의 기반을 함께 키워나갈 수 있는 정치군사적ㆍ경제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 국가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경제적 파이를 키우는 틀이 FTA라면 군사동맹은 경제적 파이를 담아내는 그릇이요, 울타리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협상타결이 가시권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한미 FTA가 함의하고 있는 안보전략적 가치를 깊이 음미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국방부차관 김영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