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시조인 주몽의 아내 소서노는 주몽보다 8세나 연상이었다고 한다. 몇몇 학자들은 소서노가 두 아들을 가진 연상의 과부인데도 불구하고 주몽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한 데는 경제력이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 추측한다. 소서노의 아버지인 연타발이 대 부호였기 때문이다. 역사서 삼국사기에는 연타발의 이름만 나올 뿐 그의 내력에 대한 기록이 없지만 '환단고기'는 연타발을 대상인으로 묘사하고 있다. 연타발은 고향 졸본에서 압록강 유역 갈사 지역 등을 오가며 장사를 해 재물을 모았다. 주몽을 만났을 때 그는 이미 억만금을 가진 거부였다. 연타발은 주몽을 보자 첫 눈에 한 나라 지도자로 손색 없는 인물이라 판단하고 딸 소서노를 시집 보냈다. 이뿐 아니다. 그는 주몽이 나라를 세우는데 그 동안 쌓아온 명성과 재물도 기꺼이 내놓았다. 연타발이 대부호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동북아의 거대 왕국 고구려를 세울 주몽을 한 눈에 알아본 그 안목이 바로 그를 거대 부호로 만들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주몽이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된 이후에 벌어진다. 연타발은 왕의 장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력을 마다하고 고구려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가 새 사업에 전념했다. 경상남도 행정부지사인 저자는 5년간에 걸친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 고대사와 중세사를 상인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저자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 경제 원동력을 우리나라 최초의 대상인이었던 연타발에서 진골출신 상인 김태렴, 해상왕 장보고, 고려 개성 상인으로 이어지는 선조들의 상인 정신에서 찾고 있다. '경국대전', '고려사' 등 우리 역사서는 물론 '신당서', '송사', '위서' 등 중국 역사서와 문집류 등 수십권의 참고 서적이 주석으로 달렸다. 딱딱한 학술서에 가깝지만 우리 역사 속에서 잊혀져 있던 수많은 상인들의 에피소드들을 읽는 재미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