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꺾고 “도와달라” 일언지하에 거절당해경제위기에 직면한 태국정부가 동남아 통화혼란의 주범으로 찍혀있는 미국의 금융재벌 조지 소로스에게 구원의 손길을 요청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태국의 방콕 포스트지는 태국 재무차관이 지난달말 홍콩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례총회에서 소로스와 몰래 만나 태국에 투자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총회장 한편에서는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와 소로스가 동남아 통화위기 책임을 놓고 공개적인 설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궁지에 몰린 태국정부로서는 비록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소로스가 다만 몇푼이라도 태국에 투자했다는 얘기가 알려지면 외국투자가들의 자금을 다시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로스는 태국의 요청에 대해 『받아들일 만한 제안』이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도와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 태국증시가 외국인에게 불리한 이중시장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적절한 투자시점이 아니라는게 그 이유.
태국정부는 지난 2월 소로스를 『영국을 망쳐놓은 도둑』에 비유하면서 갱단을 모아 소로스를 제거해야 한다고 공언할 만큼 적대적인 감정을 공공연히 드러냈지만 결국 쓸데없이 무릎꿇는 창피만 톡톡히 당하게 된 셈이다.<정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