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1월8일] 구조조정과 주가

지난해 11월 하순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 중 동포 간담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국내 주가가 많이 떨어졌으니 지금은 주식을 팔 때가 아니라 살 때다.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 1년 이내에 부자가 된다.” 이 대통령의 예언이 적중하기라도 하듯 최근 코스피지수가 1,200선을 회복하는 등 주식시장이 기운을 차린 모습이다. 국내 주식을 내다팔기만 하던 외국인투자가도 지난해 말 이후 계속 ‘사자’ 행진이다. 증시 주변 여건도 우호적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세고 정부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도 확고한 듯하다. 건설ㆍ조선업체 가운데 1차 구조조정 대상을 이달 내 선정하기로 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주가가 재상승할 분위기는 어느 정도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최근 만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불확실성이다. 그런 측면에서 버티기 힘든 기업은 빨리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정부 의지는 분명히 긍정적이지만 투자자들이 주시하는 핵심은 구조조정의 질(質)”이라고 말했다. 신속성도 중요하나 ‘대마’도 버릴 수 있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의 실행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구조조정이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결국 힘없는 중소업체만 희생양이 되고 덩치 큰 기업은 살아남을 거라는 걱정이다. 이 경우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 돈은 돈대로 들어가지만 돈맥경화는 풀리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개인들이 선뜻 주식 매수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 주요인 중 하나도 이런 불안감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주가가 오르는 틈을 이용해 일단 팔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칼을 뺐으니 확실하게 휘둘러야 한다. 환부를 정확하고 과단성 있게 도려내는 것만이 위기를 돌파하는 지름길이다. 그래야 증시도 화끈하게 화답할 것이다. 이 대통령의 ‘주식 부자론’이 선견지명으로 현실화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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