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APEC] 양국 통상현안 '산넘어 산'

美 FTA무기 스크린쿼터 등 압박수위 높여
반덤핑제도 개선·농산물 관세삭감도 입장차


2005 부산 APEC 회의를 맞아 한국을 찾은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로버트 포트먼 무역대표부 대표는 이구동성으로 양국간 ‘경제협력 확대’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정작 한국과 미국은 통상현안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01년 3월부터 현재까지 한미는 ‘통상현안점검회의’를 13차례나 개최했지만 합의문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미국이 공개적으로 통상현안 해결 없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없다는 카드를 꺼내는 등 통상 분야에서 양국은 ‘가깝고도 먼 관계’나 다름없다. 미국은 FTA를 무기로 내세우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조속히 결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스크린쿼터 축소 혹은 폐지에 대한 발언의 수위도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먹거리ㆍ문화 외에 통상 관련 국내법에 대해서도 미국은 투명성 제고에 노력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자동차 표준제도도 개선해야 하며 의약품제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포트먼 대표는 벡스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요 통상현안에 대한 진전이 있으면 FTA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정부는 미국에 파프리카ㆍ귤 등 농산물 대미 수출 재개, 국산 다이아몬드 절삭공구에 대한 정당한 반덤핑 조사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고 있다.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협상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은 적대국(?)이다. 우선 반덤핑제도 개선을 들 수 있다. 한국은 덤핑 남발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그룹에 포함돼 있다. 반면 미국은 반덤핑제도의 현 수준 유지를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농산물 분야에서도 미국은 60% 이상 관세가 책정되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90% 관세 삭감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100% 관세가 10%로 떨어지게 된다. 농산물 협상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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