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大亂은 예고 됐었다

수도권 아파트의 이같은 「이상 급등」은 근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에서 비롯되고 있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주택건설업체의 부도 등으로 공급물량이 크게 줄어 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해마다 평균 50~60만 가구씩 지어 오다 지난해에는 절반 수준인 30만 가구에 그친 것이다. 올들어서도 지난 상반기까지 12만7,000 가구 공급에 불과, 하반기 물량을 포함해도 지난해의 30만가구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지난해 IMF사태로 미뤘던 신혼·분가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것도 전세금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예고된 바나 다름없다.여기에 5만여 가구에 달하는 서울 잠실과 반포 등 서울시내 5개 저밀도지구의 재건축 추진도 수요를 크게 하고 있다. 내년부터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 이들 지구의 거주자들이 이주를 해야 하는 데 벌써부터 전셋집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전세 품귀가 오는 9·10월께의 이사철과 맞물릴 경우 「대란」도 걱정된다. 전세값이 폭등하면서 증시자금도 아파트시장으로 몰려들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아파트값 오름세에 대한 기대가 커진 데다 최근 증시의 불안심리도 이를 부채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주 발표한 「중산층·서민 주거안정 대책」을 통해 전세금 안정과 주택사업 활성화 등을 위한 갖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당장의 전세대란 차단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나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시급한 것은 9월초부터 실시예정인 근로자 주택자금 지원 확대를 차질없이 시행하는 것이다. 전세의 경우 금리 7%에 대출한도를 1,5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리고 구입 때도 금리 7%에 2,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늘리기로 한 조치다. 그러나 정부 발표는 막상 일선 창구에 가보면 준비 소홀이나 복잡한 서류 요구로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경우가 많다. 이번 대책은 전철을 밟아서는 곤란하다. 중산층과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거가 안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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