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11월 11일] 서울시의 주먹구구식 교통정책

백화점 업계와 서울시가 교통량 감축 방안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백화점 등 도심에 있는 대형 건축물에 진입하는 차량을 20% 이상 줄이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10부제나 5부제 등 불이익을 주는 내용의 서울시 조례 개정안에서 시작됐다. 백화점 업계는 백화점협회를 중심으로 서울시의 대책에 강력 반발, 헌법소원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지만 서울시는 이 개정안을 다음달 초 상임위와 시의회 의결을 거쳐 이르면 올해 안에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의 조례 개정안은 주먹구구식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백화점을 필두로 한 대형 건물에 교통 혼잡의 책임을 묻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교통 및 경제 전문가들은 교통 혼잡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도심 구간에 대한 혼잡통행료 부과를 꼽는다. 실제로 영국 런던과 싱가포르 등은 도심 진입 차량에 혼잡통행료를 부과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서울시도 당초에는 도심 진입 차량에 혼잡통행료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시민들의 반발이 우려되자 이를 유보했다. 그 후 시내 대형 건축물 69곳에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가 다시 차량 부제 등의 불이익을 주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서울시의 행보는 서울시가 충분한 검토도 없이 그때그때 여론에 밀려 설익은 대책을 남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시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가장 효과적인 교통량 감축 방안인 혼잡통행료 부과를 유보한 상황에서 백화점을 교통혼잡의 주범인 양 몰아붙이는 행태도 억지스럽다. 특히 일부 백화점의 진입 차량을 줄인다고 시내 교통 흐름이 나아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백화점이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시간대는 세일 기간 오후 3~5시 사이로 대부분의 시민이 교통 혼잡에 시달리는 출퇴근 시간대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내수경기 부양책에 역행한다는 백화점 업계의 주장은 차치하더라도 서울시의 조례 개정안이 정당성을 얻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