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감지 국제자본 썰물로 악화'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90년대 일본의 장기 침체는 오늘날까지도 잔영을 남기고 있다.
침체의 시발점은 지난 85년 이래의 엔고 해소를 위해 실시된 금융완화책. 이로 인해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속등, 실물의 뒷받침 없이 자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거품(버블)'이 경기를 천정부지로 띄운 것이다.
알맹이 없이 부풀어 오른 경기는 89년 말 닛케이 지수가 4만엔선에 육박한 것을 끝으로 자유낙하하기 시작했다. 위기 조짐을 감지한 국제 투자가들이 서둘러 자금을 빼내고 경기과열 억제를 위해 정부가 금리 인상과 부동산대출 규제에 나서자 거품이 순식간에 꺼지고 만 것.
일본인들이 미처 사태 파악도 못한 92년, 주가는 이미 1만4,000대로 곤두박질치고 땅값은 90년 절정기에 비해 40%의 폭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른바 '헤이세이(平成)불황'이다.
이후 정부가 수십조엔 규모의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97년까지 경기는 그럭저럭 확장 세를 보였지만, 이것이 정부를 결정적인 오판(誤判)으로 유도했다.
정부는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착각, 구조개혁을 내건 긴축재정을 펼쳐 경기에 찬 물을 끼얹은 것. 그동안 묻어뒀던 금융권 부실채권 문제도 불거져, '불사신화'에 안주하던 금융기관도 97년 이후 속속 쓰러졌다.
금융불안, 신용경색과 2번째 불황이 쓸고 간 자리에서 주가는 아직도 1만엔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