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사범 5년새 5배나 늘어

작년에만 1,600여명…친분·온정형등 유형도 다양
검찰, 공판중심주의 확대 대응 처벌 강화키로


‘친해서, 불쌍해서, 돈 벌려고 하다가….’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확대 추세에 대응해 검찰이 법정 위증을 엄격 처벌하면서 위증죄로 기소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법정에서의 진술과 증거로만 유ㆍ무죄를 가리는 공판중심주의에서 증인ㆍ참고인이 허위 진술을 하는 위증죄는 사건의 본질을 송두리째 왜곡시킬 수 있는 중대 범죄로 간주된다. ◇5년 새 5배 늘어=1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자체 인지해 위증으로 기소한 사람은 지난 2000년 235명에서 2001년 481명, 2002년 570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다가 2005년에는 1,102명으로 급증했다. 5년 새 약식기소(벌금)를 포함해 재판받는 사람이 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반면 일본은 위증으로 기소된 사람이 2004년 10명, 2005년 12명에 그치고 있다. 조근호 대검 공판 송무부장은 이와 관련, “사회 지도층을 포함한 일반 국민의 규범의식 부족과 특유의 온정주의, 미약한 처벌 등이 위증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며 “공판중심주의가 확대되는 추세를 감안해 약식기소(벌금) 위주의 위증사범 처벌 관행을 지양하고 정식 재판에 회부하는 쪽으로 처벌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검찰 인지 사건을 포함해 위증죄로 기소당한 위증사범은 2003년 1,208명, 2004년 1,587명, 2005년 1,669명으로 매년 늘어났으며 올 1∼8월에도 1,122명이 기소됐다. ◇위증 백태=위증 유형도 가지가지다. 대표적인 게 ‘친분관계형’이다. ‘잘못을 덮어주는 게 의리’라는 그릇된 생각 때문에 빚어지는 경우다. 대학생인 최모(20ㆍ여)씨는 절도죄를 짓고 수감된 애인이 ‘범행 시간에 함께 집에 있었다고 진술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위증했다가 구속됐다. 자신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공범이 범행 현장에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공범비호형’이나 공범의 재판에서 자신의 범죄 연관을 부인하는 ‘범죄은폐형’도 있다. 이삿짐센터 직원 양모(42)씨는 집단폭력을 행사한 후 공범에 대한 상해치사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해 범행 시간, 경위 등을 위증했다가 철창 신세를 졌다. 성폭행 피해자가 범인 가족의 간곡한 부탁에 못 이겨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위증으로 처벌되는 ‘온정주의형’도 있다. 식당 종업원인 김모(32ㆍ여)씨는 성폭행과 함께 몽둥이로 맞아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었는데도 가해자 노모의 읍소로 자신이 자해를 했다고 위증해 재판대에 올랐다. 이밖에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면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행정처분면탈형’이나 도급업체의 산재사고를 덮어주고 이득을 얻는 식의 ‘이익취득형’도 종종 목격되는 위증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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