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타임스 3월29일)미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끝없이 상승하는 인터넷 주가이며, 유럽에선 독일과 이탈리아 통신시장에서 각각 독점체제를 구축했던 도이치 텔레콤과 텔레콤 이탈리아의 합병이 최대 관심사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양 대륙에서 초점이 되고 있는 이 이야기는 내용은 다르지만 양 대륙의 산업발전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미국의 인터넷 주가는 언젠가 폭락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한 미국의 정보산업은 투자자들에게 모험심이 강한 개개인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 지원토록 만들었다.
하지만 도이치 텔레콤과 텔레콤 이탈리아의 합병은 다르다. 이들 회사의 합병이 세계 합병사에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낼진 모르지만 산업발전 측면에선 별로 대단한 것이 아니다. 특히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기초를 다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 회사들이 경쟁에 의해 급격히 변하는 세계 통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독점체제에 의해 갖춰진 군살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번 합병은 이와 무관한 것이다. 단순한 방어적인 조치일 뿐이다.
30년전 「미국인의 도전」이란 책이 발간된 이래로 유럽에선 미국 산업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기업들의 몸집 키우기를 옹호해 왔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미국 산업에서 가장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들은 기민한 젊은 기업들이다. 그들은 과거의 낡은 관습을 과감히 깨버렸기 때문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오늘날 미국 정보통신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유중 하나는 AT&T를 미국 챔피온으로 있도록 나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AT&T 독점을 허물어왔다. 그 과정은 복잡하기 그지없었지만 수천개의 새로운 기업들에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EU 관계 기관이 도이치 델레콤과 이탈리아 텔레콤간 합병이 경쟁을 해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도 당연하다. 유럽이 미국 산업에 대응하기를 원한다면 구질서를 깨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그것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기업이 끊임없이 출현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