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재산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넘는 전 세계 억만장자 1,826명을 조사했더니 3명 중 2명꼴인 1,191명이 창업 등으로 재산을 일군 자수성가로 나타났다. 반면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형 부자는 230명(12.6%)에 그쳤으며 나머지 405명은 물려받은 재산을 기초로 부호 대열에 올랐다고 한다.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중일 3국 간 비교다. 중국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회장을 포함한 자수성가형 부자가 무려 98%에 달하며 일본도 86%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자수성가형 부자는 올해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29억달러)과 권혁빈 스마일게이트그룹 회장(20억달러)을 포함해 약 30%에 머물 뿐이다.
자수성가형 부호들은 정보기술(IT)은 물론 바이오·의류·서비스 등 다양한 신성장 분야에서 시대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차량제공 서비스 업체인 우버와 숙박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 등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대표적이다. 다들 혁신적 아이디어로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막대한 부를 쌓으며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북돋워주고 있는 셈이다. 중국도 최근 마 회장 같은 신흥거부가 속속 탄생하면서 젊은이들의 뜨거운 창업 열기를 이끌어내고 있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모건스탠리는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한국을 상속형 경제로, 미국은 테크형 억만장자가 많은 혁신형 경제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에서 기업을 새로 일으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의 활력과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가정신이 사라지고 과감한 도전을 꺼리게 만드는 사회풍토의 영향이 크다. 누구든지 과감하게 창업활동에 뛰어들어 실패와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산업생태계 복원이 시급하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야말로 바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자수성가형 사업가들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