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신사 참배 불참

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신사 참배에 불참하기로 당연한 선택을 내렸다. 1월31일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미야자키에 도착한 이승엽은 1일 오전 9시 아오시마 신사(神社) 선수단 단체 참배에 동행하지 않았다. 이승엽은 호텔에서 대기하다 신사 참배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단과 함께 훈련장인 선마린스타디움으로 이동했다. 이승엽에게 한국의 '국민타자'로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신사 방문은 있을수 없는 일이다. 비록 전범들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는 아니었지만 아무리 요미우리의 새 식구로 일본 제국주의 산물인 신사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한국팬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져있는 것이었다. 일본 야구에서 전지훈련에 앞서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연례행사처럼 자리잡았다. 1월31일 선수단과 함께 오전 11시 미야자키에 도착한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감독은 공항 환영식에 이어 선수 몇몇과 함께 곧바로 미야자키 신궁(神宮)으로 이동, 캠프에서의 무사고와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빌었다. 이어 12시께 도착한 오사다하루(王貞治)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 일행을 비롯한 선수단도 이에 뒤질세라 이키메 신사를 방문하며 올 시즌 우승을 기원했다.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린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후루타 아쓰야선수 겸 감독도 이날 나하 시내 신사를 찾아 앞의 두 감독과 똑같은 소원을 빌었다. 조직력을 강조하는 일본 야구에서 선수단이 단체로 신사를 방문하는 것은 그해의 시작과 함께 단결력을 과시하는 일종의 관례로 볼 수 있으나 일본 선수들에게만 필요한 의식일 뿐 외국인 선수 그 중에서도 한국 선수가 나서서 함께 동참할 이유는없다. 이승엽의 신사 참배 불참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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