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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24일] 한국車 재도약 하려면
현영석 (한남대 교수ㆍ경영학)
지난 2007년 시작된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 자동차산업을 비롯한 제조업의 쇠락을 재촉하고 있다. GM 파산, 크라이슬러의 인수합병(M&A) 등은 120년 자동차산업 역사상 지각변동적 변화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몰락은 새로운 가치 창출보다는 기존 가치의 배분을 통한 정태적 안정을 추구한 결과다. 로마제국 몰락 이후 영국ㆍ미국ㆍ일본의 점진적 쇠퇴도 큰 틀에서 보면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혁신을 통한 동태적 안정성'보다 정태적 안정성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한·중 세계 車시장 중심될것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선발주자들의 몰락은 우리 같은 후발주자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1979년 세계2차 석유파동은 소형차 경쟁력을 가진 일본에 큰 기회가 돼 일본은 1980년부터 세계 자동차산업을 석권하기 시작했다. 이제 30년 만에 다시 나타난 세계 자동차산업의 지각변동은 새로운 승자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올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일본 업체들은 판매력 강화, 저가ㆍ친환경 제품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미국 업체들은 고연비ㆍ소형차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구축하고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유럽 업체들도 글로벌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신흥시장에서의 전략모델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과 피아트의 르네상스는 눈부시다.
금융위기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중국은 자동차산업에서 실속을 제일 많이 챙겼다. 파산ㆍ몰락한 미국ㆍ유럽의 유명 자동차업체를 인수해 기술ㆍ마케팅ㆍ브랜드를 싼 값에 일시에 확보하는 황금 같은 기회를 얻었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오는 2020년이면 미국ㆍ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연간 2,3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ㆍ일본의 전반적 쇠퇴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서진(西進)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ㆍ일본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쇠락하면서 자동차산업 중심지가 한국을 거치거나 건너뛰어 중국으로 이전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향후 세계 자동차산업은 중소형ㆍ친환경차 개발과 동태적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성 경쟁으로 요약된다. 유연성은 환경ㆍ고객의 요구에 기만하게 대응하는 신제품 개발 유연성과 생산량ㆍ차종ㆍ공장ㆍ국가를 신속하게 변화시키며 대응할 생산 유연성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근간은 노동유연성이다.
자동차 등 세계 각종 산업의 서진현상 속에서 반도체ㆍ조선 산업은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다. 세계 제일의 우리나라 조선ㆍ반도체 산업 경쟁력의 원천은 원만한 노사관계를 기반으로 한 유연성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수만가지 부품으로 하루에도 수천대의 자동차가 생산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노동유연성은 반도체ㆍ조선업에서보다 훨씬 사활적인 요소다. 그러나 우리 자동차산업은 수요변동에 맞춰 생산라인ㆍ인력 운영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워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중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지각변동, 산업 서진, 중국의 빠른 부상에 대응하려면 친환경자동차 기술개발과 노사관계 선진화를 통한 노동유연성 제고라는 시대적 과제를 필히 해결해야 한다.
노동 유연성등 경쟁력 확보를
최근 노사정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에 합의, 내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은 자동차산업에서 새로운 노사관행을 정립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최근 정치권에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관행을 사실상 유지하려는 입법안이 논의되고 있어 우려된다. 우리가 세계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동태적 경쟁에서 살아남아 재도약하려면 산업현장에서 생산적인 노사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사관계 법ㆍ제도의 선진화가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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