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9일 “농민문제에 관해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이 협력해 농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풀어가자”고 말했다. 보수성향인 한나라당이 진보를 표방하는 민노당과 공개적으로 정책 공조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나라당의 유연함을 대내외에 알리는 동시에 쌀시장 개방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농민층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임시대표의 예방을 받고 이같이 말하고 “한나라당도 농민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려 한다. 강재섭 원내대표와 논의해 원만히 해결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권 대표는 “농민들을 위로하고 안심시키기 위해 정부와 국회, 농민 3자가 참여하는 쌀 준비안 회동을 하자”고 제안한 뒤 “다음 달 홍콩에서 열리는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의 전체 윤곽이 이달 말 나오는 만큼 오는 16일로 예정된 비준안 상정을 그때까지 연기하는데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30분간의 면담에서 박 대표는 권 대표에게 “(권 대표가) 중책을 맡으셨다. 강기갑 의원이 단식 중인데 충정은 이해하지만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우려했다. 권 대표도 “요즘 한나라당이 행복한 것 같다. 높은 지지율을 나눠달라”고 덕담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