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석방위해 외교력 총동원
외교부 현지대책반 요르단 급파 교섭 착수시민단체 파병철회촉구 찬반논란 거세질듯
아랍의 위성방송인 알자지라가 입수해 20일 공개한 테이프에서 복면을 쓴 3명의 무장 괴한이 한국인 근로자 김선일씨를 위협하고 있다. 김씨는 "죽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연합 AFP
정부는 가나무역직원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21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김씨가 안전하게 석방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안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청와대는 물론 외교ㆍ국방부 등 관련부처는 이번 사태가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에 미칠 여파를 예의 주시하는 가운데 일단 사태 파악과 함께 김씨의 신변안전과 무사석방을 위해 총력전 체제로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 중이다. 특히 정부는 김씨의 피랍에도 불구, 이라크 파병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파병 철회를 강력히 요구, 이라크 추가파병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김씨 석방 위해 총력=노무현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김씨 피랍 사건과 관련, “매우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김씨를 무사히 구출하기 위해 전력을 투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외교통상부도 최영진 차관을 본부장으로 긴급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이날 장재룡 외교통상부 본부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현지대책반을 요르단으로 급파, 본격적인 김씨 석방교섭에 착수했다. 최 차관은 특히 주한 중동국 대사들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로 초청, 김씨의 무사귀환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과의 협력대화(ACD)에 참석하고있는 반기문 장관은 현지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통해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데 이어 이번 행사에 참가하고 있는 오만ㆍ바레인 외무장관과도 접촉했다.
반 장관은 일본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을 만나 김씨 석방을 위한 외교적 협조를 요청하고 과거 일본 사례 등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정부 당국은 그러나 무장단체의 ‘24시간내 살해’ 경고가 나온 가운데 이날 추가파병 원칙 불변 입장을 재확인하고 김씨의 무사귀환을 위한 묘책 강구에 부심 중이지만 대책 마련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 파병 논란 더욱 확산될 듯=노 대통령은 이날 자이툰부대의 파병 목적과 관련, “파병하더라도 아랍권이나 이라크에 적대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재건지원에 전력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인 만큼 이러한 입장을 현지 이라크 주민들에게 잘 설명하고 홍보하라" 고 지시했다. 최영진 외교부 차관도 “우리의 이라크 파병은 이라크의 재건과 지원을 위한 것으로 이러한 기본입장과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도 불구, 파병에 반대해온 36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이라크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파병반대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추가 파병 철회를 강력히 촉구, 파병 찬반 논란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이미 파병국 국민들이 여러 차례 피납, 살해되는 상황에서 세계 3위의 파병국으로 한국 국민에 대한 적대 행위는 예상됐던 일”이라며 “정부는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서둘러 협상 대책을 마련해 김씨의 무사귀환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미국의 부당한 침략과 학살에 대한 이라크 국민들의 저항은 정당하지만 민간인을 억류하고 살해위협을 하는 것은 결코 이라크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화를 통해 여러분의 주장을 알리고 (한국) 정부 정책과는 무관한 김선일씨는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 이라크 내 교민보호 구멍=지금까지 한국인 피격 및 피랍 사례는 김씨를 포함해 모두 4건으로 올 들어 발생한 피랍사건 2건?피해자들이 모두 풀려났다는 점 때문에 외교 당국이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외교 당국과 국민들은 당시 피랍된 한국인이 모두 석방되자 크게 안도했지만 그 이후 무장세력들의 이라크 내 외국인 납치는 잇따랐다. 한국인에 이어 일본ㆍ러시아ㆍ요르단ㆍ미국ㆍ스페인ㆍ폴란드ㆍ이집트ㆍ터키ㆍ레바논인 등이 피랍 돼 무장세력의 과녁이 비단 미국인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한국인 피랍 후 석방사건이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무장단체가 미국인뿐만 아니라 레바논 인질까지 살해하는 등 과격화하는 양상을 보였음에도 외교 당국은 현지 한국인의 일상활동을 방치,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임동석
기자 freud@sed.co.kr
입력시간 : 2004-06-21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