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보유한 현금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빚보다 많아졌다고 한다. 올 1·4분기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4조2,480억원인 반면 차입금은 3조5,720억원에 그쳐 순차입금이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반도체 업종 비수기라는 1·4분기에도 악조건을 이겨내고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나 늘어난 데 힘입은 것이다. 막대한 부채를 갚지 못해 워크아웃을 선택해야 했던 2001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당시 하이닉스는 17조3,000억원에 달하는 빚에 허덕일 정도로 국내 산업계의 애물단지였다. 미국 마이크론으로 팔릴 뻔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직원들이 회사를 등질 만도 한데 되레 똘똘 뭉쳐 자구노력에 동참했다. 무엇보다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이는 데도 공격경영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2010년 이후 연구개발(R&D) 투자를 해마다 늘리고 시설투자 역시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2010년 3조3,800억원에 그쳤던 시설투자는 지난해 5조2,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대다수 반도체 업체가 투자에 인색하던 2012년에도 투자를 늘려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긴 안목의 꾸준한 투자가 결실을 봐 오늘날의 순차입금 마이너스 시대를 맞은 셈이다.
올해도 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 공정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영여건 악화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움츠리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눈에 띄는 행보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 했다. 정부도 규제 완화와 경영환경 개선 등으로 기업 활동을 측면 지원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기업 나름으로 해야 할 역할이 있다. SK하이닉스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오늘날의 성장을 이끌어온 사례가 다른 기업들에도 좋은 참고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