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경영 정상궤도 올라섰다

■ 올 사상최대 11조 순익구조조정 성과" 1인 순익 선진국보다 높아 은행경영이 정상궤도에 올라 주요 선진국 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다. 국내은행들의 1인당 순이이익이 주요 선진국 상업은행들의 평균보다 오히려 높아졌다는 것은 대규모 인력 및 점포 감축 등 구조조정의 효과가 직접적으로 경영에 반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1인당 생산성이 아직까지는 씨티은행이나 HSBC 등 세계 초일류 은행들에게는 크게 못미치고 있고 수익구조 역시 수수료 수입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버린 것은 아니다. ◇은행경영 어떻게 달라졌나 은행권이 지난해 사상최대의 당기순익(5조2,792억원)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지난 99년 이후 무려 95조원 가량의 부실자산을 정리하면서 수익창출 능력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수수료 등 수수료 부문의 순이익(3조8,573억원)이 전년보다 25%나 급증한 것도 주요인이다. 아울러 조달금리가 하향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순이자 수익도 전년의 3조8,000억원 적자에서 지난해에는 8,412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이밖에 은행수지에 부담이 되었던 원본보전 신탁의 수탁이 중단되면서 신탁부분의 수익기반도 좋아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의 '안전경영'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두권 진입 위한 경쟁치열 지난해 국내은행의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상위 몇개은행의 시장독점 현상이 더욱 뚜렷해 지고 있다. 국민은행이 총자산(20.7%), 예수금(23.3%), 대출금(21.6%) 등에서 모두 20%대의 점유율로 다른 은행들을 일찌감치 따돌렸다. 특히 국민은행과 농협, 한빛은행 등 상위 3대 은행의 시장점유율은 총자산을 기준으로 41.4%, 예수금과 대출금을 기준으로는 각각 46.2%와 41.8%에 달해 거의 절반에 가까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신한(6.8%) ▦하나(5.9%) ▦조흥(6.6%) ▦외환(5.9%) ▦기업(6.5%)등 다른 은행들의 시장점유율(총자산)은 비슷한 비율로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어 앞으로 선두권 진입을 위한 경쟁이 한층 치열해 질 전망이다. ◇은행경영 문제는 없나 금감원의 예측대로라면 은행권은 올해 최소 7조원, 최대 11조원의 사상 유례가 없는 순이익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익을 얻는 분야는 한정돼 있다.일례로 지난해 이자부문에서만 8,41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이는 세전이익의 13.8%에 불과한 수준이다. 반면 수수료 수익은 세전이익의 63.3%로 기형적으로 높다. 또 미래에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부실의 처리도 문제다. 이동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은 지난해 부실채권을 크게 줄이고 사상 최대 흑자를 내는 등 성과를 거뒀으나 외부충격 흡수능력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도 잠재부실 요인으로 보고 있다"며 "10%를 넘는 국내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비율이 잠재부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 영업이익으로 부실을 완전히 처리해 자산건전성을 높임으로써 미래의 안정적 수익확보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진우기자 김민열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