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직접 나서 중산층 세부담을 늘린 세법개정안을 원점에서 전면 수정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서민ㆍ중산층의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는 게 재검토 주문의 배경이다.
청와대가 뒤늦게나마 제동을 건 것은 다행이지만 뒷맛은 그리 개운치 않다. 세법개정안은 진작에 박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터인데 그때 청와대 참모진은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 중산층 증세가 초래할 역풍을 미리 감안했어야 옳았다는 말이다. 청와대 참모진의 정무감각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시점에서 우려되는 것은 세법개정안의 추동력 상실과 세금 문제로 인한 정쟁 격화다.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은 여권은 세부담이 증가하는 소득계층의 하한선을 상향 조정하려는 모양이지만 그 정도로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길거리로 나선 야당은 세금 문제를 최대한 정치적 이슈화로 끌고 가려고 해 여야가 어지간해서는 소득세 개편안의 접점을 찾기도 어렵게 돼버렸다.
우리는 곁가지만 손질할 것이 아니라 과표조정을 포함한 소득세 체계 전반을 뜯어고치자고 누차 지적해왔다. 더욱이 소득세 개편안이 정쟁의 불쏘시개가 된 마당이라면 처리를 전면 보류하는 게 바람직하다. 세금 문제로 온나라가 들썩이는 것은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지 않는다. 몇몇 공제조항을 수정한들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소득세의 근본적인 수술은 어차피 한번은 넘어야 할 산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난해 누더기가 된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가 대선이라는 정치일정 탓에 유야무야해버렸다.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3억원 구간(세율 38%) 바로 아래 단계(35%)가 8,800만원인 것은 누가 봐도 기형적인 체계다. 그러자면 새누리당은 과표조정이 직접증세라서 불가하다는 금기를 깨야 하고 민주당은 국회부터 들어와야 한다. 근원적 처방에 이번만한 기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