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영에 적극적이던 국내 기업들이 ‘포스트 올림픽’ 경영 지침을 ‘보수’로 선회했다. 중국경제가 올림픽 직후 단기 침체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장기적으로도 양적 성장 중심에서 질적 성장으로 트렌드가 바뀔 것으로 진단, 이에 맞춰 경영전략을 수정하는 모습이다. 브랜드력과 품질 경쟁력으로 중국시장을 직접 공략해온 대기업들은 올림픽 후 시장방어에 중점을 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현지 제조기반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중국의 저임금과 가격경쟁력이 더 이상 작동하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사업보류 혹은 철수를 고려하는 양상이다. 전자업계는 올림픽 후 중국의 경기침체 예측에 맞춰 제품과 유통과정의 고급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중국의 글로벌화가 가속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브랜드 마케팅을 서두르는 ‘투 트랙’전략을 수립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중국경제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으면서 소비가 침체된 것은 사실이지만 매출신장률 둔화는 모두가 겪는 어려움”이라며 “중국의 경기하강 국면에서 덜 영향을 받는 고소득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이를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7~8월 비수기에 중국경제의 침체가 겹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오히려 올림픽이 시장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본과 한국의 경우 지난 1964년,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승용차 수요가 올림픽을 전후한 10년 사이 각각 연평균 32.2%, 23.8% 성장해 ‘올림픽 밸리 효과(올림픽 직후 투자가 급감하면서 경기가 침체되는 현상)’의 영향권에서 벗어났었다. 베이징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7~8월 비수기에 중국경제 침체가 겹쳐 7월 매출이 다소 감소하는 등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연료절감형 신차종 개발에 힘쓰고 서비스의 질적 향상, 중국 현지화 전략 강화 등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중견ㆍ중소기업들은 투자계획을 보류하는 등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중국 톈진에 본사를 둔 귀뚜라미보일러 중국법인은 5월 외국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국 내 온수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투자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물가가 급등하고 내수시장이 위축되면서 당장 보일러 판매실적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안종훈 중국법인 부총경리는 “올림픽 이후 영업이 많이 어려워지면서 합작법인 투자계획도 아직 저울질만 하고 있다”며 “우리와 함께 투자하기로 한 외국업체 역시 망설이긴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가구업체인 한샘의 중국법인은 부동산 경기위축에 따른 가구시장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소춘애 중국법인 부장은 “요즘 휴대폰으로 ‘집 한채를 사면 집 한채를 더 주거나 골프회원권을 얹어주겠다’는 문자가 자주 날아올 정도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심각하다”며 “지난해 수주물량이 있어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부동산 값이 급락하면서 불안감이 크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