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의 신경림이 말하는 따뜻한 인생 이야기

■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신경림 지음, 문학의 문학 펴냄


‘나는 키가 작아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선생님은 시간마다 나를 지목해서 묻는 것에 대답하게 됐다. 선생님의 칭찬은 마를 날이 없었고, 나는 이내 공부 잘하는 아이로 소문이 났지만, 알고 보면 선생님 편애 때문이다.’ ‘농무’의 시인 신경림의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다. 키가 작아 ‘땅꼬마’로 불렸던 그는 일제 강점 말기에 학교를 다니면서 겪었던 일을 시작으로 60~70년대 어려웠던 시절 문인으로 사회를 바라본 시선과 유쾌한 해프닝 그리고 가슴 먹먹한 애환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동시대를 살았던 장년층에게는 어려웠지만 가슴 따뜻했던 추억과 향수를 떠올리게 하고, 젊은 독자들에게는 격동의 역사에서 우리의 선배들이 어떤 고민을 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는지를 알 수 있다. 또 저자가 말하는 50여년 전 문단의 풍속도는 우리 문학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시인은 “당시엔 전화도 없고 원고료도 직접 주고받던 시절이라 문인들이 다방이나 출판사에서 늘 모였다”며 “인간미라는 게 있을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들을 포함한 당시 여러 문우 가운데 시인은 가장 그립고 생각나는 사람으로 조태일(1941~1999) 시인과 소설가 이문구(1941~2003)를 꼽았다. 조태일 시인과는 1980년대 5월 계엄이 확대돼 “마구잡이로 사람을 잡아들이던 시절”에 함께 도망 다니다가 잡혀가 유치장과 구치소 생활을 함께했고, 이문구와는 뒤늦게 친해져 여러 번 함께 여행을 했다. 시인은 조태일을 “겉모습과 달리 세심하고 정이 많은” 모습으로, 이문구는 “계파도 무엇도 없었던 문단의 마당발”로 기억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