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는 대기업의 기둥

코스닥 등록 신청업체 중 많은 수가 대기업에서 분사(spin-off)된 경우다. 안정된 납품업체가 있고, 매출액이 높은 계속기업으로서 문제가 없고 기술제품을 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이러한 업체들은 대부분 등록을 허용해왔다. 그런데 최근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코스닥위원들이 있어 별도의 워크숍을 가진 적이 있다. 대기업에서 분사한 기업의 대부분이 생산제품의 90% 이상을 모기업에 공급하고 또 일부에서는 분기별로 손익계산서를 제출하고 경쟁업체 등 타기업에는 납품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제약을 안고 있다고 한다. 초과이익이 있으면 공급가격 인하는 당연할 것이고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통한 판로 확대도 어려울 것이다. 또 모기업의 임금인상 등 원가상승 요인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결국 해당기업은 모기업과 운명을 같이해야 한다. 이와 같이 경영성과가 주주에게 돌아가지 않고 대기업으로 귀착되는 구조를 가진 업체가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끌 수 있을까. 도요타 부품사업부에서 분사한 일본의 덴소(電裝)의 예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회사는 세계 자동차 부품회사 중 GM의 델파이, 포드의 비스테온, 독일의 보쉬에 이어 네번째로 큰 회사다. 그런데 도요타뿐만 아니라 도요타와 경쟁회사인 혼다ㆍ닛산ㆍ미국 빅3에 대한 매출비중이 높다. 심지어 혼다와 공동기술개발을 하면서 도요타에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철저한 독립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단순하청 생산만하기보다 먼저 개발해 제안하는(Design-IN)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협력업체의 독립경영은 보장해줘야 한다. 협력업체가 든든해야 품질보장도 되고 기술개발도 가능하다. 대기업은 좀더 넓은 안목을 가져야 한다. 단순한 하청업체로 종속시킬 것인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인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설정에 달려 있다. 협력업체의 성장이 대기업 성장의 기둥이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허노중(코스닥 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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