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군함 총격에 대만 선원 숨지자… 중국이 더 발끈

남중국해 입지 강화 포석

대만 어선이 필리핀 군함의 총격을 받아 선원 1명이 사망하며 남중국해 영토분쟁의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정작 당사국인 대만은 유감을 표시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고 하지만 중국 내 여론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격앙되고 있다.

환구시보는 10일 필리핀 군함의 대만 어선 총격사건과 관련, "중국이 나서 필리핀에 보다 분명한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어 네티즌들의 격양된 여론을 거론하며 "성명발표만으로는 부족하다. 중화민족의 대의 차원에서 중국이 단독으로 남중국해역에 군함을 증강시켜 필리핀을 압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대만의 마잉주 정권이 미국과 야당의 눈치를 보느라 어민의 권익보호에 중국의 힘을 빌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하며 이번 사건은 스카버러섬(중국명 황옌다오) 분쟁에서 중국에 모욕을 당한 필리핀이 대만에 화풀이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구시보가 이번 사태를 강하게 이슈화하는 것은 남중국해 영토분쟁에서 중국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 사태를 빌미로 '어민보호'를 내세우며 남중국해의 중국 군사력 증강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중국해는 수백억톤의 석유매장량과 풍부한 수산자원 때문에 중국ㆍ필리핀ㆍ베트남 등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상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이 일부 섬을 실효 지배하며 필리핀ㆍ베트남을 신경 쓰지 않고 남해구단선을 근거로 스프래틀리제도(난사군도), 파라셀제도(시사군도), 스카버러섬 등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해 영토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5월 필리핀 순시선이 스카버러섬 해역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하려다 중국 판공선과 두 달간 대치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필리핀의 주 수출품인 바나나 통관을 방해하며 필리핀이 한발 물러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일단 필리핀에 대한 강력한 규탄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남중국해와 관련한 행동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시한다"며 "총격으로 대만 어민을 사살한 야만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필리핀 해군은 대만 어선에 총격을 가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어선피격 당시 부근 해역에서 필리핀 해군함정들이 기동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돼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필리핀 해안경비대의 공식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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