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0년 중국과 함께 세계로] <16> 대륙에 심는 이랜드 신화

직영점만 5,000개… 패션 브랜드파워 중산층 품었다
"이랜드 유치땐 매출 는다"
백화점·쇼핑몰마다 러브콜
2020년엔 1위 등극 야심



교과서 실릴만한 초대박 터트린 한국제품
[한중수교 20년 중국과 함께 세계로] 대륙에 심는 이랜드 신화번화가서 경찰 사진 찍다 中사복경찰에 잡혀가는 해프닝도

상하이=이병관특파원 yhlee@sed.co.kr














아래 中경찰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직영점만 5,000개… 패션 브랜드파워 중산층 품었다
"이랜드 유치땐 매출 는다"
백화점·쇼핑몰마다 러브콜
2020년엔 1위 등극 야심

중국 제1의 부자도시인 상하이에서도 목이 좋아 매출이 가장 많다는 푸동 지역의 바바이반(八百伴) 백화점. 이곳의 의류 코너인 3~5층에는 티니위니ㆍ스코필드 등 패션회사 이랜드 매장이 무려 13개가 자리하고 있다. 승자 독식의 냉엄한 유통구조상 한곳의 매장도 뚫기 어렵다는 백화점이 마치 이랜드 전용 쇼핑몰로 변한 듯한 느낌을 준다.

상하이ㆍ저장성 등 동부 연안은 물론이고 쓰촨의 충칭ㆍ청두, 더 나아가 서북부 끝 쪽인 신장에 이르기까지 중국 전역 190개 도시의 주요 백화점ㆍ쇼핑몰마다 이랜드 제품이 깔려 있다. 기존 백화점은 물론 새로 생기는 백화점마다 이랜드 매장을 유치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인민의 중상류층에 워낙 인기 있는 브랜드라 입점할 경우 백화점 매출이 쑥쑥 오르기 때문이다.

이는 급성장하고 있는 이랜드 중국 매출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지난 2000년 91억원이던 매출은 이후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해 2005년 1,388억원, 2008년 6,172억원, 2011년에는 1조6,000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올해는 2조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년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60%에 이른다. 매장 수도 최근 5년간 연평균 72% 성장하며 지난해 5,000개점을 돌파했다. 그것도 확장하기 손쉬운 프랜차이즈 형태가 아니라 모두 직영점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산업연구원 베이징 사무소의 조영삼 대표는 "중국의 기존 지방 상권 유통망은 워낙 기득권이 세고 견고해 뚫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이 같은 환경에서 직영점으로 5,000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랜드는 교과서에 나올 만한 성공 사례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랜드가 써가고 있는 중국 성공 신화의 비결은 무엇일까. 처음부터 이랜드가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의 가두 점포 성공 경험을 믿고 한중수교 직후인 1994년 중국에 진출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0년까지 7년 연속 적자였다. 중국의 성장 잠재력만 믿고 치밀한 사전준비 없이 뛰어든 시행착오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완전히 전략을 바꿨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공법을 취해야 한다는 결단이었다. 이때부터 철저한 시장조사와 뼛속 깊은 현지화 과정이 진행됐다. 중국 인민의 소비성향을 완벽히 파악하고 분석함으로써 한국과 동일한 디자인 대신 현지 고유의 브랜드를 창출했다. 원단부터 디자인ㆍ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현지 차별화를 단행함으로써 고급화 전략을 선택했다. 한국과 같은 브랜드라도 중국에서 팔리는 제품은 가격이 3~4배에 이른다.

상하이 이랜드 본사의 장성은 차장은 "베이징ㆍ상하이 등 전국 12개 지역의 패션 연구소 시장 조사팀들이 매주 2~3번씩 주요 쇼핑몰 등 번화가에 나가 중국인이 좋아하는 의상이나 취향 등의 자료를 수집하고 이것이 새로운 브랜드 창출시의 아이디어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시장조사팀은 번화가인 신티앤띠에서 현장 조사를 하다가 사복경찰에 잡혀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조사팀이 옷 맵시가 좋은 경찰을 찍다가 오해를 받은 것이다.

이랜드는 이제 중국에서 쌓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기반으로 오는 2020년까지 브랜드 60개, 매장을 2만개로 늘려 중국 매출 10조원을 달성하며 중국 내 패션 기업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른바 '2020 비전'은 크게 양대 축으로 진행된다. 먼저 이랜드 자체 브랜드의 중국 진출과 신규 브랜드 출점이다. 이랜드는 이미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패션기업 중 가장 많은 24개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또 글로벌 업체 중 가장 많은 직영 매장(5,034개)과 중국 내 백화점 입점 업체 중 하루 최고 매출기록(2억8,400만원)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납세액 780억원으로 상하이에서 코카콜라를 제치고 1위 납세 기업에 등극했다.

이랜드는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기존 캐주얼뿐 아니라 고급 여성복, 구두, 잡화, 남성복, 스포츠패션 등 토털 패션 브랜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또 하나의 성장축은 글로벌 브랜드 인수합병(M&A)과 전략적 제휴다. 이미 100년 전통의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인 벨페를 인수해 올해 상하이에 첫 매장을 열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제 이랜드는 단순한 의류 중심의 매출확대가 아니라 토털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가는 시발점에 서 있다"며 "세계 최대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다국적 패션 기업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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