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 규제만으론 역부족 판단

■ 금감원, 일부 은행 신규 주택대출 중단
"대출 증가세 위험수준"…은행별 한도규제 나서
일단 이번달 적용…연말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주택외 소득·금융자산·부채규모 중심 심사 강화


금융감독당국이 사실상 주택담보대출 ‘총량규제’의 칼을 빼든 것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하향조정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 대출 규정을 까다롭게 해도 그물망을 통해 집담보대출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차제에 창구 감독을 강화해 돈줄을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90년대 초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 대출 총량규제는 자칫 거품을 급속하게 붕괴시켜 경제 전반에 큰 위험을 줄 소지가 있고 현행법상 규제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법리상 해석의 문제가 남는다. 따라서 감독당국이 굳이 ‘총량규제’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규담보대출 규제를 총액으로 제한할 경우 실수요자와 투기자의 구별이 어렵게 된다. 또 경기 상황에 따라 규제 총량의 규모를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감독당국은 총량규제를 위한 창구지도를 부인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을 ‘자제해줄 것’을 은행장들에게 직접 주문했다는 사실에서 단순한 당부 차원을 넘어선 것은 분명하다. 이미 시중은행 몇 곳은 대출 고객을 돌려 보내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지난 6월 주택담보대출 총량규제를 실시했다가 강한 비난여론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은행별 대출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총량규제에 나선 것은 주택담보대출 증가 추세를 위험한 수준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15일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조치만으로 돈줄을 조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감독당국은 은행 대출을 억제해야 부동산 과열 붐을 진정시킬 것으로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은행의 행장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번 추가 규제를 통한 주택담보대출 억제 효과가 금융권 전체로 연간 4조원이라고 했는데 은행에서만 매월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풀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감독당국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량규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은행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일단 11월 대출 한도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실수요자들의 피해도 예견되고 있는 만큼 과열이 진정됐다고 판단되면 다음달에는 규제가 다시 완화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연말까지 창구를 틀어막을 가능성도 높다. 금융감독당국은 또 내년 초 금융회사들의 여신심사체계를 차주의 상환능력 중심으로 획기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를 통해 차주에 대한 금융사들의 이른바 ‘약탈적 대출’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김성화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최근 실시 중인 금융사들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현장점검에서 주택담보대출시 차주의 상환능력 평가는 극히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금융사들의 ‘약탈적 대출’을 막기 위해 여신심사체계 개편을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이란 차입자에게 상환능력을 넘는 수준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비양심적인 대출관행을 일컫는다. 이 같은 대출관행을 없애면 주택담보대출 규모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김 국장은 “담보로 잡히는 주택은 부채상환의 재원이 될 수 없다”며 “따라서 차주의 소득이나 기타 금융자산, 이밖에 부채 규모가 대출심사 평가 때 중요한 요소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차주의 실질적인 상환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여신심사체계를 만들어 모든 담보대출 때 적용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당국은 이에 따라 다음달 중 감독당국 및 금융회사 관계자들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새로운 여신심사체계를 만들어 이르면 내년 초부터 금융사들이 이를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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