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우라늄→핵연료 소결체→연료봉 거쳐 하루에 30만가구 1년 쓸 전기연료 만들죠

■ 한전원자력연료 핵연료 제조현장 가보니
미국기술 도입 25년 만에 설계·제조 등 자립 달성
경수로·중수로 핵연료 세계서 유일 모두 생산

한전원자력연료의 직원이 경수로용 ACE7 연료봉 집합체를 살펴보고 있다. 새끼 손톱만한 핵연료 소결체 1개가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은 약 1,800kWh로 4인 가족 1가구가 8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사진제공=한전원자력연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우리나라에 원자력발전은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원자력발전을 위해서는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발생시킬 원재료 즉 핵연료가 필요하다. 새끼 손톱만한 핵연료 소결체(pellet) 하나로 약 1,800kWh의 전력을 얻을 수 있다. 4인 가족 한 가구가 8개월간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런 핵연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국내 23개 원자력발전소에 핵연료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한전원자력연료를 찾아가 봤다.

◇우라늄-235와 핵분열=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안에 있는 한전원자력연료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핵연료를 공급하는 곳이다. 한전원자력연료는 최근 미국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도입한 지 25년 만에 원천기술을 확보해 핵연료 설계·제조기술의 자립을 이뤘다. 고성능 고유 핵연료 2종과 핵설계 코드, 집합체 지진해석 코드, 열수력 설계 코드 등 원전 노심설계코드 4종의 개발에 성공한 것.

김기학 한전원자력연료 사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수로와 중수로용 핵연료를 생산하고 있다"며 "이에 더해 핵연료가 원자로 내에서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줄 원자로 노심 설계와 안정성 평가, 차세대 고성능 고유 핵연료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원자력연료는 수입된 농축 우라늄을 가공한 뒤 핵연료로 제작해 원자력 발전소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원자로 내에서 연소되고 남은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하거나 재처리하는 전과정을 맡고 있다. 핵연료 주기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현재 이 회사는 핵연료 제조를 위해 2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제2공장에서 만든 소결체를 제1공장에서 연료봉에 장입, 집합체 형태로 원전에 납품하는 시스템이다.

우라늄은 광산에서 채굴해 분쇄한 뒤 흙 등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련을 거친다. 그러면 노란색을 띤 가루 형태의 우라늄 정광이 남는다. 이 우라늄정광에 불소(F)를 첨가해 화학결합을 유도하면 농축에 적합한 육불화우라늄(UF6)이 만들어진다.

박철주 한전원자력연료 생산본부장은 "천연우라늄 속에는 우라늄-238이 99.29%, 우라늄-235가 0.71% 포함돼 있다"며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은 우라늄-235로 이 성분비율을 핵연료에 적합한 2~5%까지 높이는 공정을 농축이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겔(gel) 상태의 농축우라늄이 국내에 수입되며 여기서부터 한전원자력연료의 제조공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구체적으로 한전원자력연료에서 수행되는 첫 공정은 농축우라늄을 분말 형태의 이산화우라늄(UO2)으로 재변환하는 것이다. 이를 건식재변환이라 한다. 농축우라늄을 기화기에 넣고 100∼105도로 가열, 겔을 기화시킨 뒤 변환로로 옮겨 고온의 수증기 및 수소가스와 반응시키면 분말 UO2가 생성된다.

황인규 재변환팀장은 "변환로에서 생성된 분말은 중력에 의해 낙하하면서 자동적으로 소결체 공정설비에 들어간다"며 "연간 500톤 규모의 농축우라늄을 미국ㆍ프랑스ㆍ러시아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결체 공정설비에서는 분말 UO2를 연료봉에 장입(원료나 연료 따위를 쟁여서 넣는 것)하기 위해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소결체 형태로 가공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UO2 분말을 담배필터 크기의 원통 모양으로 압축성형하고 1,750도의 고온에서 열처리한 다음 표면을 연삭해 반들반들하게 마무리하면 완성된다. 열처리와 연삭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외관상 세라믹과 유사하다.

문봉식 소결체팀장은 "이 공정의 전처리로 10∼1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UO2 분말 입자를 1,250㎛ 정도로 덩치를 키워야 한다"며 "입자의 밀도를 높여야 핵연료가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1,400개 연료봉 생산=이렇게 약 4시간 동안 열처리와 냉각을 넘나들며 이론 밀도 95%의 소결체가 생산된다. 완성된 소결체는 하나의 중량이 5.2g이며 직경은 8㎜, 높이는 10㎜다. 이 작은 소결체 하나가 4인 가족이 8개월이나 쓸 수 있는 1,800kWh의 전력을 생산한다.

제2공장에서 만든 소결체는 엄격한 품질검사를 통해 저장용기에 포장, 특수창고로 입고된 뒤 특수차량을 통해 제1공장으로 이송된다. 그리고 제1공장에서는 연료봉 제조, 소결체 장입, 연료봉 검사, 연료집합체 제조 등의 공정이 이뤄진다. 연료봉은 직경 9.5㎜, 두께 0.57㎜, 길이 약 4m로 원자력연료가 원자로 내에서 연소할 때 핵분열 에너지를 방출하는 모체다. 이 열에너지를 냉각수에 전달하는 한편 연소시 발생하는 핵분열 생성물을 냉각재로부터 차폐시키는 방호벽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

열 전달 특성이 뛰어나고 내부식성이 우수한 지르코늄 합금으로 만들어지며 피복관과 상하부 봉단 마개, 압축 스프링, 소결체로 구성돼 있다. 지르코늄 합금은 지난 2009년 국산화에 성공해 세계적 핵연료ㆍ원자력 기업인 미국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아 역으로 수출되고 있기도 하다.

세부 공정은 이렇다. 입고된 연료봉 피복관을 자동세척장비가 세척하면 양단 가공기가 정확한 길이로 전달해 양 끝을 용접에 적합한 특수형상으로 가공한다. 가공이 완료된 피복관에 하부 봉단마개를 용접하고 불순물을 제거한 후 소결체가 장입된다.

피복관에 소결체를 장입하고 플리넘 스프링을 삽입, 연료봉 변형 방지용 헬륨가스를 주입해 상부 봉단마개를 완벽히 밀봉 용접하면 연료봉이 완성된다. 한국표준형 원전용 개량연료(PLUS7)는 집합체(연료봉 다발) 하나에 연료봉 236개, 웨스팅하우스형 개량연료(ACE7)는 264개의 연료봉이 들어간다.

한전원자력연료는 현재 하루 평균 약 1,400개의 연료봉을 생산하고 있으며 공정마다 전산컴퓨터와 연결해 각종 데이터를 정밀관리하고 있다.

소결체를 만들어 연료봉 장입이 마무리돼도 한전원자력연료의 업무는 끝난 것이 아니다. 핵연료의 특성상 극미한 실수나 오류도 용납되지 않는 만큼 최종적으로 3단계의 검사가 실시된다.

첫 번째는 연료봉 탐상시험기 검사로 고속중성자와 감마선을 이용해 연료봉 내의 우라늄 농축도, 소결체 장입 길이와 간격, 스프링 장입 유무 등을 비파괴 검사하게 된다. 여기서 합격된 연료봉은 헬륨누출시험기를 통해 연료봉 용접 부위의 결함 유무가 재확인된다.

이후 진행되는 집합체 제조공정은 크게 골격체 조립, 연료봉에 대한 광택제 도포 및 제거, 집합체 조립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완성된 ACE7 집합체 하나면 약 1억7,000만k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며 이는 약 6만 가구가 1년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원자력연료 주요 제원

구분 PLUS7 ACE7
연료형태 경수로(한국형표준형원전) 경수로(웨스팅하우스형원전)
집합체 당 연료봉 236개 264개
집합체 당 소결체 92,000개 98,000개
소결체 1개당 전기생산량 약 1,800kWh 약 1,800kWh
집합체 1다발당 전기생산량 약 1억7,250만kWh 약 1억7,100만k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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