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이냐 성장이냐 경제학자 설전 점입가경

라인하르트·로고프 vs 크루그먼
논문 오류 지적에 감정싸움 비화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긴축'과 '성장'이라는 대립된 경제위기 해법을 둘러싸고 세계적 경제학자들의 설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특히 대표적 긴축론자인 미국 하버드대의 카르멘 라인하르트 및 케네스 로고프 교수와 양적완화를 통한 성장을 강조하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간의 논쟁은 자존심 대결을 넘어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앰허스트대 연구진이 라인하르트ㆍ로고프(R&R) 교수의 2010년 공동논문 '부채시대의 성장'에 오류가 있다고 발표한 것이 이 논쟁의 시발점이 됐다. 이 논문에서 두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90% 이상인 국가는 평균적으로 연간 -0.1%의 실질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앰허스트대 연구진은 해당 논문에서 일부 국가의 데이터가 누락됐고 엑셀 코딩의 오류가 있었다면서 자체 분석한 결과 부채비율이 90% 이상인 국가의 연간 성장률은 평균 2.2%로 90% 미만 국가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곧바로 라인하르트ㆍ로고프 교수는 "논문작성 과정에서 오류가 있음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시인했지만 "이런 오류가 긴축에 대한 우리 주장의 근간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논문이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발간돼 세계 주요국의 긴축정책에 이론적 토대가 됐다는 점에서 논문의 오류는 긴축정책 효과에 대한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해당 논문이) 학술적 포장을 하고 있지만 1% 부유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으며 '뉴욕리뷰오브북스'라는 저명한 격주간지 최신호에서도 "R&R의 논문은 신성한 지위를 상실했을 뿐 아니라 조롱의 대상이 됐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라인하르트ㆍ로고프 교수는 25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재한 '크루그먼에게'라는 편지에서 "지난 몇주 동안 당신은 NYT 칼럼과 블로그 등을 통해 우리를 인신공격했으며 당신의 극도로 정중하지 못한 태도는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이에 크루그먼은 26일 NYT 블로그를 통해 두 교수가 부채비율 90%와 성장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다시 반격에 나섰다. 그는 "'부채비율 90% 이상인 국가가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덜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과 '부채비율이 90%를 넘으면 성장이 급격히 둔화한다'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크루그먼 교수는 "긴축론자들이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낡은 이론을 고수한다"면서 이를 없애려 해도 자꾸 나타나는 '바퀴벌레'에 비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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