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택진료 부담완화 건보재정이 감당할 수 있겠나

박근혜 정부가 추가 재정투입 없이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 항목 등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건보재정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의료비 급증까지 겹쳐 건보 재정은 올해 소폭의 당기흑자를 끝으로 내년 최소 1조5,000억원, 2018년 2조원 안팎의 당기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상급병실료·선택진료비·간병비 등 3대 건보 비급여 항목 가운데 선택진료비를 보자. 정부는 환자 측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이행하겠다며 지난해 8월 선택진료에 따른 진료비 할증률을 20~100%에서 15~50%로 낮췄다. 이로 인한 병원들의 손실(연간 5,400억원)을 보전해주기 위해 건보급여 대상인 5,000여개 수술처치 항목 가운데 난이도가 높은 1,600개가량의 의료수가를 50% 올렸다. 해당 항목의 진료비가 종전에 10만원이었다면 15만원으로, 환자 본인 부담액은 2만원(부담률 20%)에서 3만원으로 올랐다. 이 때문에 건보재정에서 부담하는 선택진료비가 '0원'에서 해당 진료비의 80%만큼 불어났다. 100% 본인 부담이던 선택진료비가 '본인+건보 분담'으로 바뀐 것이다. 정부가 진료과목별로 80% 이내인 선택진료 의사를 내년에 30% 수준으로 줄이고 2017년 건보급여 대상인 '전문진료'로 전환하면서 본인 부담률을 50%로 책정하면 건보재정 부담은 연간 1조원 규모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학병원 등은 선택진료 의사가 대부분이어서 환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따라서 선택진료 의사를 3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전문진료 본인 부담률을 50%로 낮추는 것은 문제가 있다. 70%의 일반의사 대신 진료비가 비싼 30%를 선택하는 환자에게는 전문진료비를 전액 또는 90% 이상 본인 부담하게 하는 게 마땅하다. 생색은 정부가 내면서 부담은 일반진료를 택한 가입자에게 얹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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