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짖는 개는 가만두면 안된다

서정명 <뉴욕 특파원>

뉴욕 맨해튼의 컬럼비아대학에는 동아시아 연구센터(WEAI)가 있다. 일본 연구센터에서 일하는 수십 명의 교수와 연구진들은 일본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과 도움을 받으며 일본 정치와 경제에 이론적인 근거와 배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일본 연구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친일파(親日派)라고 봐도 무방하며 적어도 지한파(知韓派)는 아니다”고 숨김없이 말한다. 컬럼비아뿐 아니라 하버드 등 미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대학에서는 일본 정부와 공공 기관들이 지원하는 연구센터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이 쏟아내는 학술자료와 연구논문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시켜 주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2~4명의 교수와 연구진들이 모여 있는 한국 센터와는 천지차이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역사교과서를 왜곡해 한국ㆍ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갈등과 마찰을 빚고 있는 이면에는 신 민족주의 대두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적인 근거를 나름대로 합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정치 속에서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영토분쟁과 교과서 왜곡 등을 통해 이 지역에서의 패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또 미국 대학에 포진해 있는 일본 전문 교수와 학자를 통해서는 학문적인 이론과 근거를 제시하며 일본의 유엔(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과 역사교과서 기술, 동아시아 영토분쟁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대응전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일본 보수주의 정치세력이 역사왜곡 발언이나 독도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때에만 일본은 반성하라고 목청을 높인다. 심지어 국무총리까지 나서 ‘짖는 개는 가만히 놔둬야 한다’며 대응전략을 마련하기보다는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발언 하나하나에 감정적으로 맞설 수는 없지만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이런 행동이 일본의 이익에도 손실이 된다는 것을 일깨워줘야 한다. 먼저 중국 등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피해를 본 국가들과 국제연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들 국가와 함께 과거 만행에 대해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의 비도덕성을 국제사회에 알려 이를 일본의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로 연결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 일본에 뒤진 감은 있지만 세계 굴지의 대학에 한국 연구센터를 만들고 학자와 교수진에 재정적인 지원을 해 우리 역사를 바로 알려야 한다. 힘이 없는 진리는 왜곡되기 쉽다. 일본의 진실 왜곡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국제연대를 통해 힘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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