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청소년 51% "결혼 안해도 돼"

여가부·통계청 청소년 대상 조사
문형표 장관 인구의 날 기념사서
결혼·출산·양육 중심 정책 강조


우리나라 여자 청소년(만13~24세) 가운데 절반은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 세대 엄마들을 위한 정책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광범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1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여자 청소년 중 '결혼은 해야 한다(하는 것이 좋다 포함)'고 응답한 비율이 45.6%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반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응답이 48.7%였고 '하지 말아야 한다(하지 않는 것이 좋다 포함)'는 응답이 2.2%를 기록해 절반 이상이 결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3.5%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반면 남자 청소년의 62.9%는 '결혼은 해야 한다'고 답했고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응답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은 각각 31.4%, 1.6%에 그쳤다.

우리나라가 가뜩이나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많은 현실은 가벼이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인구의 날(11일)을 하루 앞두고 배포한 기념사를 통해 "보육지원 확대와 다자녀 인센티브(혜택)만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젊은이들이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로 불릴 만큼 어려운 살림살이와 불안한 미래가 문제의 핵심인 만큼 일자리·주거 등 정부 정책 전반이 결혼·출산·양육 중심으로 재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인위적으로 출산율을 높이기보다는 결혼부터 출산·양육·교육·노후 준비에 이르기까지 젊은 세대가 만족할 만한 제도와 인프라를 먼저 갖춰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성평등에 대한 남녀 청소년의 인식은 높았으나 '가사의 공평한 분담'을 두고는 성별 간 입장 차가 컸다. 2013년 기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양성평등에 대한 의식을 물어본 결과 전체 청소년 10명 중 9명(91.7%)은 '남자와 여자는 모든 면에서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 여자 청소년(95.7%)과 남자 청소년(88.2%) 모두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반면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자 74.6%, 남자 58.9%로 15.7%포인트의 격차가 났다.

올해 우리나라 총인구(5,042만4,000명)에서 청소년(9~24세) 인구(983만8,000명)가 차지하는 비중은 19.5%로 1978년(36.9%)을 정점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이어진 급격한 출생아 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2060년에는 이 비율이 11.4%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올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1.25명으로 224개 분석 대상국 가운데 219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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