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하나로통신(33630)의 외자유치를 막기 위해 지분 확대에 나섰다. 이에 따라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과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LG투자증권은 4일 자사상품계정으로 하나로통신 주식 500만주(지분 1.8%) 가량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가에서는 LG투자증권뿐만 아니라 LG그룹 전체 계열사들이 하나로통신 지분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주식 매입으로 LG그룹의 하나로통신 지분은 15.92%에서 17.72%로 늘어났다.
이 같은 공격적인 매수로 이날 하나로통신 주가는 상한가로 전일보다 430원 오른 4,050원을 기록했다. 차익실현에 나섰던 외국인들도 LG투자증권의 매수세를 등에 업고, 31만주를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부추겼다.
LG가 그룹차원에서 하나로통신주 매입에 들어간 것은 오는 10월21일로 예정된 임시주총에서 SK텔레콤이 추진하고 있는 AIGㆍ뉴브릿지컨소시엄의 외자유치가 통과할 경우 하나로통신의 1대주주 자리를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LG그룹 입장에서는 통신사업 전반에 대해 재검토는 물론 최악의 경우 통신사업을 포기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임시주총을 위한 명의개서일이 16일인 만큼 결제일인 9일까지 LG그룹에서 하나로통신의 주식을 사들일 가능성도 있다며 데이콤 등 통신계열사들의 지분 변동 신고가 곧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성훈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외자유치를 비롯한 하나로통신의 미래는 1대주주인 LG그룹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며 “정부에서 외자유치건을 밀어붙인다면, LG측은 LM(유선→무선통화)시장 개방ㆍ두루넷인수의 유리한 조건 등과 같은 반대급부를 취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하나로통신에 대한 인수ㆍ외자유치ㆍ지분경쟁 등이 시장의 기대와 정반대로 진행될 수 있는 만큼 이제는 차익실현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하나로통신의 적정주가를 2,700원으로 제시하고 사실상 매도인 `시장수익률 하회`투자 의견을 제시했다.
LG측의 지분 매입에 대한 SK텔레콤의 대응도 주목된다. 양종인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1,2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SK텔레콤은 외자유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자금회수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추가 자금지원도 고려해야 한다”며 “LG의 공격적인 지분 확보에 SK텔레콤이 맞불을 붙여 지분 경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LG투자증권은 이번 지분매입과 관련 하나로통신의 경영정상화를 겨냥, 상품자산운용 차원에서 매수했을뿐 이라고 밝혔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